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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내가 읽은 책] 광장과 타워

네트워크 사회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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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다수의 삶의 모습은 비슷하다. 하루 온종일 직장에서 상사의 지시를 받아 일을 하고,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여기에서 직장은 사장을 정점으로 말단 직원까지 이어지는 위계적 네트워크, 타워를 의미한다. 반면 소주잔을 함께 기울이는 친구들은 수평적 네트워크, 광장이다.


내가 읽은 책 니얼 퍼거슨의 ‘광장과 타워’는 네트워크라는 프리즘을 통해 역사를 보여준다. 이 책은 총 9부 60개의 장, 850페이지를 넘는 대작이다. 핵심적 내용을 중심으로 재정리해보면, 1부는 네트워크의 의미, 2부는 절대주의와 네트워크의 확대, 3부는 종교개혁과 계몽주의, 4부는 위계적 네트워크로의 복귀, 5부는 제국주의와 네트워크 그리고 파시즘, 6부는 인터넷의 발명, 7부는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위험과 대응, 8부는 SNS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현상, 9부는 사이버리아로 정리할 수 있다.

네트워크가 사실 거창하게 시작한 것은 아니다. 소설 속 모든 음모론의 중심에 서 있는 일루미나티나 프리메이슨과 같은 단체의 시작도 매우 엉성했다. 여기에 뛰어난 지략과 권력을 지닌 자가 참여하면서 강력한 네트워크로 변했다. 네트워크가 가장 강력하게 작동되었던 곳은 중앙집권적 왕정이다. 강력한 왕권은 이를 더욱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네트워크를 찾게 되고 탐험과 정복 그리고 혼인동맹으로 발현된다.

타워적 네트워크가 한 시대를 풍미하지만 근대에 들어서면서 종교개혁과 계몽주의라는 수평적 네트워크와 충돌한다. 새로운 네트워크가 주도하는 광장의 운동은 인류사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렇다고 해서 광장과 타워로 대변되는 네트워크들이 항상 대립만 했던 것은 아니다. 대영제국의 성장에는 산업혁명 이후 급부상한 신진 산업세력들의 지원이 있었다. 이들은 위계적 질서 속에서도 국가의 불개입을 선호했고 국가 역시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한다.

본격적인 정보사회는 인터넷의 발명에서 시작한다. 인터넷은 수평적 네트워크의 전격적인 확대를 가져온다. 그로 인해 위계적 네트워크의 힘은 약화되고 시민적 자유는 그만큼 성장한다. 특히 SNS를 통한 네트워크 형성의 용이성과 확장성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핵심적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촘촘한 네트워크 사회이다. 그러나 촘촘할수록 위험 역시 커졌다. 각 단위들의 상호의존은 동시에 모두 붕괴될 수 있는 위험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메르스 같은 새로운 질병의 급속한 확산이 그러한 예이다. 네트워크 사회가 갖는 명암이다.

‘광장과 타워’는 아주 오랜 과거의 씨족사회로부터 사이버리아에 살고 있는 현재 우리의 모습까지 일련의 과정을 네트워크라는 도구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동의할 수 없는 역사적 해석과 관점도 있지만 대체로 공감할만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광장과 타워’, 네트워크 사회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읽어 볼만한 책이다.


최승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