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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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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로 불렸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간의 바둑 대결도 벌써 몇 해 전 일이 되었다. 당시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겼던 제4국은 인공지능에 거둔 바둑에서의 마지막 승리가 되었다. 이미 전자계산기가 나왔을 때부터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지만, 계산과 논리적 사고의 측면에서 인간은 결코 기계를 이길 수 없음이 다시 확인되었다.


그런데 그 빅 이벤트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따로 있었다. 아마도 1국 또는 2국의 패배 후였을 것이다. 바둑에는 복기라는 것이 있다. 대국이 끝난 후 순서대로 다시 두어보는 일인데, 전문기사들의 대국에서는 승부 후 함께 복기하며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오랜 관례라고 한다. 서로에게 승부보다 더 큰 깨달음과 성장의 기회가 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그런데 알파고와의 승부에서 이세돌에게는, 이 복기를 할 상대방이 없었다. 승부가 끝난 후 홀로 복기를 하던 이세돌 9단은, 어느 한 수에서 멈칫하며, 맞은편에서 내내 알파고를 대신하여 수를 놓던 아자황 박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도 모른다는 무표정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였고, 그걸로 끝이었다. 이세돌 9단의 그 순간 황망하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아니니, 그 연산체계를 우리가 이해할 수는 없다. 아마도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 놀랍고 의문스러운 수를 놓았던 것이리라 예측은 되지만, 어떤 고려와 계산에서 나온 것인지 물어보거나, 설명을 들을 상대방은 없는 것이다. 답은 얻을 수 있으나, 그 연산의 과정이나 이유를 이해할 길이 없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단순한 계산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가치관과 감성이 혼재된 영역에서 그런 답은 과연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좋지 않은 판결을 묘사하는 대표적인 표현은 바로 '기계적인 판결'이다. 그렇다면 그 대척점에 있어야 할 '인간의 판결'은 어떤 것일까. 인공지능이 화두가 된 요즈음, 우리의 더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바로 여기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다시 생각해 본다.


이주영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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