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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법의 날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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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망한(派閥亡韓)'이라는 말이 평창올림픽 이후 체육계 일부에서 나왔다. 뜻은 '이 나라는 파벌 때문에 망할 것이다' 정도가 되겠다. 실제로 나라가 파벌과 파벌이 부딪히는 소리로 시끄럽지 않은 날이 없다. 


"너는 누구 편이냐"를 끊임없이 묻는다. 중앙이든 지방이든 차이가 없고, 공직이든 민간 영역이든 다를 바가 없다. "나는 당신 편이야"라고 일단 줄을 서야지 운이 좋으면 이너서클에 들어갈 수 있다. 일부 종목에서는 국가대표로 선발되려면 실력보다는 파벌이 중요하고, 학부모들은 좋은 파벌에 들어가야 일류대에 들어갈 수 있는 고급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 법치국가 성립 이전의 원시 수렵시대 부족들의 공동사냥, 공동분배와 다를 바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파벌이 내세우는 명분은 구성원들의 사익 추구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붙으려는 자'는 많이 뽑으라고 집회를 하고, 나중에 '붙은 자'가 되면 적게 뽑으라고 시위를 한다. 명분은 약하고, 이익은 강하다.

파벌에 속한 사람에 대하여는 비판하지 않는다. 동일한 잣대로 이성적으로 비판하면 그 파벌에서 내침을 당하기 때문이다. 좋은 자리에 가고 싶으면 우리 파벌의 사람을 충실히 보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식인으로서 비판을 안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다른 파벌에 속한 비슷한 케이스를 함께 섞어서 비판을 하는 시늉만 한다.

현상이 발생하면 일단 다른 파벌을 공격하고, 공격을 받은 파벌은 반격을 한다. 작용과 반작용의 롤링(Rolling)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건설적 해결방안은 멀어져간다. 대북문제, 경제문제, 노동문제, 교육문제에 대한 의견이 어떻게 패키지로 같을 수가 있을까. 그러나 신기하게도 대한민국 파벌 문화에서는 패키지로 생각이 같다. 튀는 의견을 보이면 이상한 사람이 되고 파벌의 이익을 공유할 수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2년간 보좌하면서 많은 것을 보았다. 신기한 점은 나라가 이러한데도 어찌어찌 굴러간다는 것이었다. 선박은 고박(固縛)이 불량하고, 평형수(平衡水)가 부족하면 언젠가는 가라앉는다. 대한국민 모두가 '이성의 끈'으로 각자의 위치와 역할에 스스로를 단단히 묶고, '법치주의'라는 평형수를 가득 채우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한민국호(號)가 더 많이 기울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 요행은 오래가지 않는다. 오늘은 법의 날이다.


정지웅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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