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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로스쿨 병목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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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일반적으로 목 부분을 좁게 만들어 담겨진 액체를 따를 때 갑자기 쏟아지는 것을 방지한다. 액체의 유속이 병목의 제한을 받는 것인데 이를 '병목(Bottleneck) 현상'이라고 한다. 이 말은 교통체증 상황에서 자주 쓰인다. 넓은 차로가 특정 지역에서 대폭 줄면서 분산됐던 차량들이 한군데로 몰려들게 돼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많은 차량들을 분산시켜주던 차로가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요즘 표현으로 헬게이트(지옥문)가 열리는 것이다.


도입 11년째를 맞고 있는 로스쿨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행법상 로스쿨 관련 업무와 정책은 담당부처가 다원화돼 있다. 로스쿨의 입학 및 교육 과정에 대한 관리는 교육부가, 로스쿨에 대한 평가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로스쿨 졸업생에 대한 변호사시험을 주관하고 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은 법무부가 각각 담당한다.

교육부는 로스쿨 입시전형에서 다양성 추구를 위해 특별전형(취약계층·지역인재) 확대 등 입구를 비교적 넓혀 놓고 있다. 반면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통제해 출구를 축소하고 있다.

로스쿨 입장에서는 교육부 지침대로 특별전형 입학자를 늘리자니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떨어질까 걱정이고,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스펙 좋은 지원자만 골라 뽑으면 곧바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로스쿨에 대한 정부 정책이 일관성이 없다보니 중간에 낀 로스쿨들은 재정과 교육 등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퇴양난이다.

법조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문직인 의사의 경우는 어떠한가. 의대는 로스쿨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좁은 입구 넓은 출구'를 가졌다. 이 때문에 의대 선택에 있어 해당 학교의 의사 국가고시 합격률은 별 고려요소가 아니다. 어떻게 의대 진학 경쟁을 뚫어내느냐, 의대 교육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의료 경험과 지식, 기술을 배우느냐가 관건이다.

로스쿨과 의대, 둘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제도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될 일이다.

로스쿨협의회는 지난 3월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법무부가 현재와 같이 낮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로스쿨 입학부터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까지 모든 업무를 교육부로 이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로스쿨을 둘러싼 정책적 혼란을 바로잡을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