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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調停)제도의 세계화를 위한 국내 기반 조성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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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상사 분쟁을 법원의 재판이 아닌 중재, 조정과 같은 대체적 분쟁해결방법(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으로 해결하는 제도는 불가역적인 세계적 흐름이다. 종래에 중재(Arbitration)를 ADR의 전부인 양 인식하기도 하였으나, 중재는 심급을 거치는 법관의 판결이 아닌 민간 중재인(Arbitrator)에 의한 단심적 중재판정(Arbitral Award)으로 분쟁을 종결시킨다는 의미에서 '대체적'일 뿐, 당사자가 그 절차를 선택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해결방안의 도출 과정과 그 내용에 있어 결코 '자율적'이지 않다. 반면, 조정(Mediation)은 분쟁 당사자들이 제3자인 조정자(Mediator)의 도움을 받아가며 상호 대화와 타협, 지혜와 관용을 통해 윈-윈의 해결방안을 함께 만들어 가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진정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것이다.

 

최근 여러 선진국은, 조정을 통해 재판이나 중재에 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당사자의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이끌며 더 나아가 사회 전반의 신뢰를 증진시킨다는 점에 주목하여, 조정을 단순히 '대체적'인 것을 넘어 '우선적'이고 '원칙적'인 분쟁해결수단으로 운용하는 방향으로 자국의 소송절차법, 변호사법 등을 정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는 미국의 적극적 주도로 다년간의 노력 끝에 국제상사분쟁에 대한 '조정을 통한 합의'(Mediated Settlement Agreement)의 집행력(enforceability)을 회원국 상호간에 인정하는 협약안을 도출하였고, 마침내 2018년 12월 유엔 총회 결의를 거쳐 2019년 8월 싱가폴에서의 협약식을 통한 '싱가폴 협약'(Singapore Convention on Mediation, 국제 중재에 관한 1958년 뉴욕 협약에 대응하는 통칭)의 발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껏 대한상사중재원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중재 전문가들이 국제중재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였음에도 충분히 석권하지 못한 근원적 한계가 그 토양이 되는 국내 중재의 활성화 미진에 있다. 이제 곧 시작될 국제조정시장 쟁탈전에서 대한민국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싱가폴 협약 가입과 민사소송법 등 관련법 정비, 국내 조정 문화와 제도의 확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가 비교적 오래 전부터 법원 민사조정과 함께 실로 다양한 행정형 조정위원회를 운용해 온 것은 나름 유리한 기반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실상이 제대로 된 조정과 거리가 멀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독소가 될 수도 있다. 이제 정작 필요한 것은, 무늬만 조정이고 우후죽순격인 기존 제도들을 EU조정지침과 이에 따른 유럽 국가들의 조정법, 미국 모델조정법 등을 참고하여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고 당사자 중심의 절차적 자율성을 존중하는 내용으로 과감하게 정비하여 통합 운영하는 것이다. 아울러 일상생활에서 상호 존중하고 역지사지하는 성숙한 시민문화를 형성해 가는 것도 중요하다. 조정의 성숙도로 그 나라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시대인 것이다.

 

 

최재석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상임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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