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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 변호사로서 내 상상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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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순 군대 동기와 후임, 대대장님을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개업을 했다고 알리며 새로 만든 명함을 건넸다. 오랜만에 만나 내 근황을 들은 후임은 나에게 “변호사 형님이 생겨서 든든합니다. 사건 생기면 바로 연락하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축하 인사를 한 것이었지만, 나는 그 순간 어떻게 답할지 고민했다. 개업 변호사로서 ‘사건 생기면 연락 달라’고 대답해야 했으나, 그 말은 그 후임에게 법적 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제로 한 것 같아 꺼려졌다.

변호사는 법적 분쟁을 다룬다. 그리고 대체로 분쟁이 무르익을 즈음 사건에 개입한다. 사람들은 먼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분쟁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기에, 분쟁이 발생하고 불안감이 증폭될 무렵에서야 변호사 사무실을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호사 업이 번창하기 위해서는 이 사회에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해야 한다. 그렇다면 개업 변호사인 나는 이 사회에 다툼이 만연하기를 바라는 편에 서 있는 것인가. 내 업은 다툼이 생기기를 원하는 편의 바람에 기반하고 있는 것인가. 개업 준비를 할 무렵부터 그런 의문이 들었다. 개업 변호사로서 내 상상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날 모임에서도 나는 같은 고민을 했고, 결국 그 후임에게 “사건 생겨서 연락하지 말고, 사업체 잘 운영해서 확장할 때 계약서 검토 건으로 연락해라”고 답했다. 그의 사업이 잘되기를 바라는 편의 상상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분쟁을 예방하는 방법보다는 이미 발생한 분쟁의 해결 방법을 묻는 사람들이 다수이기에, 나는 개업 변호사로서 내 상상력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계속 갈등하고 고민하고 있다.


홍승표 변호사 (법무법인 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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