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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구속영장 기각사유 유감

형사소송법상 피의자를 구속하기 위한 요건은 법죄혐의의 상당성(제201조 1항), 주거부정, 증거인멸의 우려 또는 도망의 염려(제70조 1항)이다. 그리고 수사단계에서의 구속영장은 검사의 청구에 따라 판사가 그 요건을 심사하여 발부한다. 구속요건을 소명할 책임이 검사에게 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검사는 영장을 청구함에 있어 구속의 필요를 인정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제201조 2항).

피의자는 무죄로 추정되므로 구속요건의 심사는 엄격해야 한다. 피의자가 일단 구속되고 나면 대부분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지는데다가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활동도 할 수 없게 되어 형사소송법이 예정하는 검사와 피고인의 대등관계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순간 수직 상하관계로 역전된다. 또한 일단 구속되면 유죄라는 사회적 고정관념이 확고하다보니 수사기관은 영장발부를 수사의 목표로 삼고 이를 받아내는 데 명운을 걸고 집착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번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그 자체로는 특별한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동부지법 영장담당판사의 영장기각 사유를 보니 놀랍고 실망스럽다. 기각사유 중 '피의자가 이미 퇴직해 관련자들과 접촉하기 쉽지 않아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내용은 영장심사에서 검사의 역할과 판사의 역할에 관한 형사소송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사는 구속사유를 소명해야 하고 판사는 그 소명이 부족하면 이를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면 그만이고, 또 그래야 한다. 판사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이유가 피의자의 퇴직이라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기각사유 중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 및 감찰권이 적절하게 행사되지 못해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됐던 사정이 있다'는 등의 내용은 영장담당판사가 유무죄의 본안판단을 한 것과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관적·정치적 판단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최순실 일파'니 '국정농단'이니 하는 표현도 법관의 재판문서에 사용되기에는 극히 부적절한 문구다. 최순실은 아직 재판을 받고 있고, 이와 함께 전직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사회의 이념적 대립과 갈등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터에 분쟁해결이 본직인 법관이 예단을 가지고 어느 한쪽 편에 서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회가 어떻게 흘러가도 법원이 굳건히 자기자리를 잡고 있으면 그래도 희망이 있다. 법원이 지켜야 할 자기자리라는 것은 권력과 다양한 사회적 세력 사이의 대립과 충돌에 휘둘리거나 끼어들지 않고 초연한 자세로 헌법 이념에 충실하게 분쟁해결에 임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법원이 내외적으로 갈등의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다. 법원의 중심인 법관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과 자신이 취해야 할 자세에 관하여 다시 한 번 깊이 있게 성찰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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