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중형·엄벌만으로는 범죄와의 전쟁 승산 없다

152004.jpg

‘조두순’, 그 이름은 이제 아동성폭행범의 대명사다. 그의 만행이 우리나라 형사사법과 형사정책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성범죄 법정형 강화, 아동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기간 연장,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 치료법(소위 화학적 거세) 도입, 주취감경 폐지, 아동 상대 성범죄 양형기준 강화 등등. 가히 성범죄와 일전을 벌일 온갖 무기는 구비된 셈이다. 그래도 2020년 그의 출소를 맞아야 할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여러 번 두드렸다. 재범의 위험성에 겁이 난 수십만의 국민들이 출소반대 청원을 넣었지만 확정된 12년의 유기징역은 바뀔 수 없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일명 ‘조두순 법’이 시행되어 일대일 보호관찰관의 밀착 관리감독을 받게 된다지만 미성년자에게 성적욕구를 느끼는 소아성애가 교정 치료되지 않았다는 보도에 불안하기만 하다.


‘성형법 강화’가 형사정책의 슬로건이 되었다. 처벌법과 제도만으로 보면 안심이다. 앞에서 나열한 것 외에도 신상공개제도도 있다. 법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자발찌 착용으로 재범률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할까. 성범죄자를 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키고 무서운 10대 소년범도 형사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범죄와 범죄자를 척결해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 당시 대통령 노태우가 선언한 ‘범죄와의 전쟁’ 이전에도 사회악 소탕은 역대 정권의 단골 형사정책이었다. 경제범죄, 부패, 조직폭력 범죄, 성범죄, 마약, 테러 등 범죄와 범죄자를 섬멸해야 할 악이자 적으로 간주했지만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물론 강력범죄에 해당하는 살인과 강도, 방화는 약간의 감소추세를 보일뿐 전쟁을 치른 성과는 미미하다. 처벌법이나 규정, 형사제재수단의 종류 면에서 백화점이라 불릴 정도지만 오히려 강간 등 성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뿅망치로 때려잡아도 자꾸 튀어나오는 두더지잡기게임처럼 범죄자는 일정 정도 늘 생겨난다. 최근 10년간 총 범죄건수는 소폭 증가했지 줄어들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잊을 만하면 치르는 범죄와의 전쟁은 범죄율을 낮추기에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범죄자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심만 쌓이고 강한 처벌욕구는 에스컬레이트화되는 것이다. 언론이 부추기고 여론이 움직이면 정치가 이에 호응하는 강성화 형사정책으로 시민의 뇌리에는 어느덧 선량한 ‘시민’과 범죄를 저지르는 ‘적’이 이분법으로 새겨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범죄자에 대한 무관용을 요구하고 범죄자라는 괴물을 잡아 가능하면 오래도록 가두어야 한다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전쟁을 치를 무기인 형법을 최전방에 서게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형법의 최후수단성이 무너지고 형벌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린다. 결국 작은 범죄까지 무관용 정책은 비켜가지 않는다. 그러면서 개인의 자유는 전체의 안전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가끔씩 치르는 범죄와의 전쟁이나 시민의 안전요구에 기댄 강성 형사정책으로는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안전은 담보되지 않는다. 범죄로부터의 불안감은 반짝 줄어들 뿐이다. 사회안전망 확충, 교육정책, 복지정책 등이 동반되지 않는 형사정책으로는 범죄예방의 승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