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목요일언

후견에서 상속으로

151876.jpg

평안도 출신의 A씨(1929년생)는 한국전쟁 때 월남하여 사업과 부동산 투자로 5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모았다. 비교적 일찍 상처(喪妻)하기는 하였지만 여섯 자녀를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2012년경부터 알츠하이머를 앓으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 챈 막내아들이 A씨의 집으로 들어가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자,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나머지 자녀들이 A씨에 대한 성년후견을 청구하였다. 후견사건에서 6남매는 두 패로 나뉘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다투었다.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공방 끝에, 전문가 후견인으로 변호사가 선임되면서 싸움은 진정되는 듯하였다. 그런데 후견심판 확정 후 2년 만에 A씨가 사망하자, 이제는 상속재산을 두고 제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상속재산분할사건과 유류분반환사건에서, 이번에는 네 패로 나뉘어 자신이 더 많이 상속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후견에서 시작된 다툼은 상속으로 전장(戰場)을 옮겨 아직도 진행 중이다.


어려웠던 시기에 경제를 일으키고 성장시킨 우리의 어른들이 점점 연로하여 가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아껴서 상당한 부를 축적하였고, 자녀들을 남부럽지 않게 잘 키우기는 하였지만,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과 대비에 소홀하여 A씨 집안과 같이 힘든 일을 겪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노년을 평안하고 가치 있게 보내고, 많은 재산이 자녀들에게 독이 아닌 복이 되게 하며, 가족의 해체와 끝없는 진흙탕 싸움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정신적인 어려움이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임의후견계약이나 신탁계약의 체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유언장의 작성, 가업승계나 기부에 대하여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가적으로는 이러한 인식과 관행이 일반적이고 당연시되는 사회적·문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이용 가능한 제도의 종류와 이용 방법을 널리 홍보함은 물론, 일반 국민이 손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하고 시스템을 개선하여야 한다.


김성우 변호사 (법무법인(유) 율촌)

관련 법조인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