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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진정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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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 중 ‘진정한 친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옛날 큰 부잣집 외아들이 있었는데, 친구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깊은 밤, 아버지가 조용히 불러 죽은 돼지를 거적에 똘똘 말아 지게에 척 얹어 주더니 "그걸 메고 친구들을 찾아가 '내가 어쩌다 사람을 죽였는데 어쩔 줄 몰라 그만 메고 와 버렸다'고 해 보라" 하였다. 아들이 자신 있게 제일 친한 친구를 찾아갔는데, 이야기 듣고 지게 위에 얹힌 것을 흘긋 보더니만 그만 새파래져서 한참 있다 보자 피해 버리고, 다음 친구도, 그 다음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에 찾아간 친구 하나만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얼른 맞아들여 숨기고 함께 으슥한 곳을 찾아 거적에 말린 것을 묻어 주었고, 이에 아들은 그 많은 친구 중에 진정한 친구는 그 하나뿐임을 깨달았다…. 대략 이런 이야기이다. 


어릴 적 이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에는 아 진정한 친구란 이런 것이구나, 나름 감명 깊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다시 생각해 보니 허허, 그야말로 큰일 날 이야기이다. 하필 함께 불법도 불사할 수 있고 범죄도 덮어 줄 수 있는지가 진정한 ‘우정’과 ‘의리’의 기준이라니. 이는 진정한 친구도 의리의 사나이도 아니고, 그저 범죄의 공범이나 또 다른 범죄자일 뿐인데 말이다. 그러나 소년재판을 하던 몇 년 전, 실제로 많은 소년들이 아직도 그 옛날이야기처럼 ‘친구’라면 으레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다 함께 해야 하고, 이를 우정이나 의리라고 착각하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다. 그때마다 물불 못 가리는 소리 한다며 잘 하지도 못하는 야단을 치곤했는데, 요즘 일어나는 철없는 어른들의 사건들을 보다 보면 그런 모습이 과연 어린 소년들에게만 국한되었던 것일까, 새삼 걱정이 되곤 한다. ‘친구와 함께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친구라면, 결코 데려가서 안 되는 곳이 있을 따름인 것을.


이주영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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