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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하나뿐인 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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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방송사의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이 높은 시청률을 보인 가운데 종영되었다. 일각에서는 막장 드라마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재미있게 본 드라마이다. 흔히 막장 드라마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말도 안 돼” 라는 말을 되풀이 하면서도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어쩌면 또 하나의 재미인지도 모른다. ‘하나뿐인 내편’ 역시 수많은 우연들로 인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지만, 그래도 저질의 막말이나 욕설, 불륜과 같은 소재는 없으니 ‘막장’이라기 보다는 비현실적 드라마라고 하는 것이 보다 맞을 것 같다. 아무튼 ‘하나뿐인 내편’ 드라마에서는 살인 누명을 쓰고 28년간 복역한 '강 기사', 즉 주인공 '도란'의 아버지가 과거 살인을 한 사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도란은 살인자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당하고, 강 기사도 주위로부터 배척을 당한다. 그러다가 살인이 누명이었음이 밝혀지고 경찰서에서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고 부르짖는 도란에게 난감한 표정의 경찰관은 “재심도 있고 형사보상도 있고 …” 하면서 얼버무리듯 이야기한다. 그래도 드라마이기에 살인 누명이 벗겨지면서 도란은 다시 재결합하게 되고 등장 인물들 모두의 해피엔딩으로 종결된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은 아니다. 그럼에도 드라마와 현실이 구분되는 것 같지는 않다. 왜 살인자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을 해야 할까? 강 기사와 도란은 그야 말로 천사같은 심성을 가진 착한 캐릭터이고, 주위 사람들은 강 기사와 도란의 그와 같은 품성을 충분히 알고 있는 사람들인데 한 순간에 살인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배척당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가능한 것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현실의 우리는 결코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으며, 나에게는 관대하여도 타인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의 조그마한 비난거리도 들보마냥 크게 보고자 하기 때문이다. 강 기사의 억울한 살인 누명에 대하여는 누가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아마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살인이라는 외형에 관심을 더 가지지 누명이라는 진실에는 눈감아 버리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받게 되는 고통과 감정은 아무래도 좋으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에서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흥미와 가십거리, 적당한 안주거리로 삼을 수 있으면 만족이다.

우리는 드라마 같은 현실에 살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막장이라고 비판할 이유가 없다. 재판을 맡은 판사가 미리 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힐 수 밖에 없는 막장같은 현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방이 하나뿐인 내편이 되기를 바라고 하나뿐인 내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내편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순간 막장같은 드라마가 펼쳐지게 된다.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세상의 해피엔딩은 가능할까? 하나뿐인 내편을 버리고 우리 모두의 편이라고 생각하면 가능할까! 뉴스보다는 드라마를 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은 세상에서 해피엔딩을 꿈꾸는 것 자체가 막장일까!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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