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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합의부, 마음의 벽 허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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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법원에서는 수년간 단독판사나 심지어 지방·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일해온 판사가 다시 합의부의 주심판사 역할을 맡는 일이 생기고 있다. 일정 연수 이상의 법조 경력을 갖춘 사람만이 판사로 임용될 수 있도록 한 법조일원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배석판사를 거쳐 단독판사, 부장판사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던 소위 도제식 시스템에 일대의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법조일원화 측면에서만 바라볼 것은 아니다. 법원 내부에서는 그간 부장판사와 배석판사는 그 역할은 물론 위상이 다르다는 암묵적 인식이 있어 왔고, 그러한 구분은 점차 두 그룹 사이의 벽이 되고 심지어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한편에서는 주심판사가 재판의 절차 진행이나 재판부 기일 운영에 관심이 없다고 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재판장이 재판 진행만 하고 주심판사가 써온 판결 초고를 보고서야 실체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 늘고 있다는 불만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합의부 구성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우리 헌법과 법원조직법은 엄연히 합의부를 구성하는 판사 3인을 동등한 지위와 자격을 갖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 역할의 구분은 합의부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을 위한 내부적 구분에 불과하다. 즉 합의부를 구성하는 판사 3인은 누구든 서로를 합의부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존중하면서 서로 원활하게 협력하여 재판을 진행하고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최근의 변화는 종래 시스템에 익숙한 일부 판사들에게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법조일원화가 도입되면서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변화의 요지는, 부장판사나 주심판사의 역할이나 위상이 분명히 다르고 그것은 결코 비가역적일 것이라는 벽은 더는 자리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너무도 다행스러운 것은 법원에는 마음속에 그러한 벽을 아예 가지지 않았거나 이미 허물기 시작한 판사들이 훨씬 더 많고, 나는 지금까지 늘 그러한 분들과 함께 근무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기 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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