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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력대등재판부의 내실 있는 운용을 기대한다

지금까지 법원 합의부는 경력이 많은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고 그보다 경력이 적은 두 명의 평판사가 배석판사를 담당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으레 법정 심리는 재판장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세간에서는 재판장의 성향에 따라 재판의 결론도 좌지우지 된다고 보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법관 정기인사 이후 실시된 사무분담 변경으로 경력대등재판부가 도입됨에 따라 재판의 모습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의 경우 고법 부장판사만으로 구성된 경력대등재판부 2개부가 설치됐고, 고법판사만으로 구성된 대등재판부는 6개부가 신설됐다. 지방법원 단위에서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비롯하여 전국 9개 법원에 총 23개 재판부가 지법 부장판사만으로 구성된 경력대등재판부로 꾸려졌다.

‘경력대등재판부’란 지위, 법조경력, 기수 등이 실질적으로 대등한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법관 3인으로 구성된 재판부를 말한다. 따라서 경력대등재판부가 잘 운용된다면 경험 많은 법관들의 실질적인 3자 합의를 통해 국민들에게 보다 질 높은 재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장기간 배석판사 근무로 인한 젊은 법관들의 인사 불만도 어느 정도는 해소되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 제도에 대해 우려의 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재판부 내 세 명의 법관이 실질적 합의를 통해 결론을 내고자 하면 필연코 업무가 가중되어 사건 처리 속도가 늦어질 것이고, 그렇지 않고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려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단독재판화 돼버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되는 초기이므로 재판부 구성원들이 합리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제도의 운용을 두고 보자"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경력대등재판부의 재판을 경험한 변호사들에 따르면 재판장, 주심, 비주심을 가리지 않고 사안에 대해 질문을 하고 적극적으로 심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반응들이다.

당사자들이 재판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원인 중에는 담당 재판부의 불성실한 심리 진행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재판장에 대해서는 사건 기록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심리를 진행한다는 불만이 있고, 어떤 재판장은 당사자들이 제출한 서면만 형식적으로 확인하고 변론을 속행해 버리는 이른바 ‘MC(사회자) 재판장’이라는 말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국면에 도입된 경력대등재판부는 사실심 단계에서부터 질 높고 충실한 심리를 함으로써 바닥에서부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력대등재판부가 내실 있게 운용되어 본래 의도한 취지를 잘 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