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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인공지능(AI) 세상의 증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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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한 연구기관이 소설 ‘반지의 제왕’ 수준까지 작문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하였고, 이 AI는 모든 종류의 작문을 할 수 있는데, 사용자가 어떤 문장을 입력하면 그 다음에 자연스럽게 이어질 문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소설 ‘반지의 제왕’ 속 장면을 담은 문장, 즉 ‘레골라스와 김리가 무기를 높이 들고 함성을 지르며 오크족을 향해 진격한다’는 문장을 입력하면, AI는 그 다음 전개되는 내용으로 “오크족의 대응은 괴상한 발톱으로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의 맹습을 날리는 것이었다. 오크족을 공격하기 위해 선두에 선 김리는 ‘난쟁이여 안심하라’라고 말했다”는 후속문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법률분야에 적용한다면 AI가 계약서, 경고장, 소장, 고소장, 준비서면, 의견서, 판결문 등 각종 법률문서는 물론 진술서나 확인서까지 작성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개발자는 그 AI를 시중에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들이 ‘핵물질을 실은 열차가 오늘 신시내티에서 탈취되었다’는 문장을 입력하였더니, AI는 그 다음에 “해당 사건은 도심의 한 철도에서 발생했으며 해당 핵물질은 신시내티대학의 트라이앵글 파크 핵 연구소에서 개발한 것”이라고 하는 등 매우 구체적이고 그럴 듯한 가짜뉴스를 작성하였다. 이처럼 작문 실력이 뛰어나서 진짜 같은 가짜뉴스를 생성하거나 소셜미디어에 가짜 글을 올리는 등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수준의 AI가 영원히 개발 또는 판매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AI를 이용해 ‘사실과 다르지만 매우 그럴 듯한 진술서’나 ‘가짜뉴스’가 증거로 제출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AI를 이용하여 작성한 진술서나 증거를 어떻게 분별할 것인지(감정), 증거로 심리대상에 포함하지 않을 것인지, 아니면 AI에 의해 작성된 진술서라도 사실에 부합하면 이를 증거로 인정할 것인지(증거능력, 증명력, 신빙성) 등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 및 공정한 재판의 관점에서 볼 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문제이다.

실무상 진술서의 내용에 일관성 또는 모순점이 있는지 여부는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는데, '앞으로는 다소 일관성이 없거나 모순점이 발견되는 문서가 오히려 진술인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취급되고 증거로서의 신빙성도 더 인정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하는 상상도 해본다. 어쩌면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진술서를 받을 때 진술인으로부터 ‘본인이 직접 작성하였는지’, 아니면 ‘본인이 글쓰기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였는지’를 확인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AI 기술이 법률분야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재판의 기초가 되는 증거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증거와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기 전에 모든 가능성을 미리 고민하고 대비하는 것도 급변하는 세상에서 공정한 사법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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