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차라리 피고인의 보석청구권을 없애버려라

151419.jpg

형사소송법은 보석청구가 있는 때에는 일정한 제외사유가 없는 한 보석을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필요적 보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고, 피고인으로서 대립하는 당사자인 검사와 실질적 평등이 확보되어 방어권행사에 지장이 없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속요건에 해당되어 수사과정에서 구속이 되었더라도 기소로 피고인이 되었으니 웬만하면 보석을 통해 석방될 자격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지금까지 형사소송법을 위반하고 피고인의 보석청구권을 무시하다보니 보석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특혜라는 인식이 심어지고 결국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조차도 보석허가를 하지 못하고 국민여론에 쩔쩔매고 있는 것같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미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되어 오히려 보석허가가 되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지만 2심 구속기간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아 도저히 재판을 제대로 마칠 수가 없었기에 괜한 눈치를 보며 불필요하게 엄격한 보석조건을 내세워 보석이 허가되었기에 예외로 볼 수밖에 없다.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석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보석청구에 관한 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은 훈시규정이라며 거의 지키지 않았다. 이번에도 보석청구에서 결정까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15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36일이 지났다. 법원만 알고 있는 ‘특별한 사정’은 왜 그렇게 많은가.

보석을 청구한 피고인은 구속요건과는 차원을 달리하여 단순한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아니라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거나 죄증을 인멸하거나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에 예외적으로 필요적 보석에서 제외될 뿐이다. 정말 양 전 대법원장이 도망하거나 증거인멸을 할 염려가 충분할 정도로 많다는 말인가. 법원은 그토록 많은 피고인들의 호소를 무시하고 보석을 큰 은전을 베풀 듯이 운영해 왔고 구속요건과 필요적보석의 제외사유를 동일시하여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으면 보석을 기각하였던 것이다. 법원은 이에 익숙한 많은 국민들의 매서운 눈초리가 무서워 양심상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을 허가하지 못하였던 것은 아닌가. 수사기록만 20만쪽에 가까운데 더 이상 무슨 증거를 인멸할 것이며, 출국금지라도 시켜놓으면 솔직히 도망할 우려는 없지 않는가. 최소한 충분하지 않음은 누가 보아도 분명하다.

양 전 대법원장이 얼마나 사법행정권을 남용하였는지는 앞으로 밝혀지겠지만 그보다도 형사소송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이나 필요적 보석을 무시하는 재판의 관행이 더 나쁜 사법적폐라고 본다. 전 대법원장도 석방시키지 못하는 보석청구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차라리 피고인의 보석청구권을 없애버려라.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지키지 않는 법관은 법관의 자격이 없다. 법원에 의해 죽어가는 ‘피고인의 보석권’을 하루빨리 살려내고 싶다.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관련 법조인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