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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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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조각, 키네틱 아트의 하나인 모빌의 창시자로서 받침대와 양각으로부터 조각을 해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알렉산더 칼더는 모빌을 만드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한쪽 끝부분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지지점(支持點)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균형을 잡아간다. 지지점은 단 한 군데만 존재하기 때문에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작품이 공중에서 자유롭게 떠있거나 회전할 수 있으려면 이 지점을 정확히 찾아야 한다.” 움직이다 멈추는 것이 균형이라 여기던 기존의 관념을 깨드리고 움직임 속에서 균형을 찾아낸 그의 예술세계는 우리에게도 균형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다.

올바른 균형감각은 법률가에게 가장 중시되는 덕목 중 하나이다. 중심을 잡는다고 할 때 우리는 먼저 생각의 틀을 공고히 하고 심사숙고하여 정밀한 대칭을 가늠하는 엄격한 태도를 떠올리기 쉽지만, 균형 잡힌 시각이란 의외로 사고의 탄력적이고 유연한 진화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균형이란 일상의 언어이다. 미세하게 변화하는 내, 외부의 자극과 영향에 적절히 반응하고 연속된 흔들림 속에서 천천히 지지점을 찾아 중심을 잡는 일은 여간 반복하지 않고서는 숙련되기 힘든 기술이 아니겠는가.

맡은 업무가 과중할수록, 판단의 대상이 복잡하고 다양한 의미를 갖을수록, 일도양단의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점점 더 경직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시각이 가장 확장되는 가장자리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논의의 기본 전제는 언제나 공통으로 인식할 수 있는 개념의 정립에서 출발하듯이.

칼더는 모빌을 ‘삶의 기쁨과 경이로움으로 춤추는 한편의 시’라고 했다.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상에 따라 사유의 범주를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정립하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운 과정일 수 있겠다. 경직된 마음의 끝부분에서 세상의 이치에 대한 경외심을 놓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면서 균형점을 찾으면 어떨까. 마치 춤을 추듯이 중심을 잡고 있는 모빌처럼.


김윤종 재판연구관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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