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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의무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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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는 권리의 반대개념이다. 의무와 권리는 결합되어 각기 제기능을 수행한다. 마찬가지로 설명의무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설명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설명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예컨대 의사의 설명의무는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생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수술을 하기 전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의 방법과 효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만약 수술 중 불의의 결과가 발생했고 그 원인이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판명되면 의사는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도 보험자는 계약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는 약관 중 중요한 내용을 반드시 고객에게 설명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그 의무를 해태할 때 보험계약은 무효가 된다. 그런데 설명의무를 부과하는 좀더 근원적인 이유는 계약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동의의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보험설계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보험계약자가 고개를 끄덕이는 방식만으로는 정확한 이해를 기초로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마치 의사무능력자가 체결한 계약은 법적 효력이 무효인 것과 비슷한 이치다. 계약 당사자 일방은 해당 정보를 잘알고 있지만 상대방은 고도의 전문영역에 해당하는 분야이기에 무지에 가까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유로운 계약체결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거는 장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설명의무는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계약과 관련해 흑암속에 헤메이고 있는 이에게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상급자가 보고를 받을 권한이 있다면 법률정보에 어두운 일반인들은 설명을 받을 권리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재판의 경우는 어떨까. 비록 계약의 문제는 아니지만 당사자의 권리를 다루는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그 재판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내용들이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취급되어 그 당사자들을 소외시키는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한 법정에서 다른 재판을 참관한 일이 있다. 원고측은 피고가 원고가 개발한 기술이 영업비밀인데 이를 무단도용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원고의 기술은 공개된 것이므로 비밀이 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장은 원고에게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불법성을 입증하라고 석명했다. 그러면서 양측 대리인에게 나는 기술분야를 모르니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히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현장에서 가장 먼거리에 있는 판사를 설득하고 현명한 판단을 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충분한 설명이 요구된다는 점을 상기시킨 장면이었다. 유능한 변호사는 의뢰인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재판장에게 사실관계를 잘 이해시킬 수 있는 설명능력이 있어야 한다고도 한다. 


그런데 표면적으로 볼 때 법정에서 변호사가 설명의무를 가지는 이유는 판사를 설득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의뢰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에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재판의 종국적인 목적은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침해된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것임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법의 무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법언대로 현실세계에서도 법률을 알지 못해 피해를 입는 이들이 무수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에게는 법의 무지로 권리위에 잠자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깨워주는 파수꾼의 역할도 요청된다. 따라서 공익의 대변자로서 변호사의 업무는 의뢰인에게 법을 이해시키고 법정에서 설명의무를 이행하는데 그치지 않고 재판정 밖의 시민들에게 법을 설명하고 알려주는 데 그 영역이 확장되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변호사에게만 그런 의무가 부여되는 것일까. 변호사에게 쉽게 설명해달라는 재판장의 요청을 들으며, 재판장 또한 재판의 진행이 국민이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쉽게 쓰여진 판결문 내용을 통해 판결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할 의무가 부여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판결의 내용이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내편 네편으로 나뉘어져 자기 측에 유리한 판결만을 승인하게 된다면 진정한 법치주의의 길은 요원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바대로 정확한 이해의 선결조건은 설명의무의 이행에서 시작된다. 국민들 사이에 사법부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져 가고 있는 이 때에 법원의 설명의무가 더욱 절박하게 요청하게 된다.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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