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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행기

[나의 여행기] 부산 흰여울문화마을 다녀온 박대규 헌법연구관

따스한 햇살, 고요한 바다, 긴 골목길에는 과거의 흔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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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부산 흰여울문화마을에서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 앉아 촬영한 바닷가의 모습,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햇빛이 바닷물에 부딪혀 부서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겨울방학인데 아이들이 주말도 학원을 다니는 형국이다. 설 명절에는 학원을 쉬므로 그제서야 아이들 외가인 양산 서창을 다녀올 수 있었다. 처가를 갈 때 매번 열차비가 만만치 않아 이번에는 승용차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인천에서 양산까지의 승용차 안에서의 지루함에 대한 보상으로 아이들 셋에게 각각 약간의 현금을 주었다. 


이렇게 차를 가져간 덕분에 처남의 추천을 받아 설 다음날 부산 흰여울문화마을을 뜻하지 않게 가볼 수 있었다. 주차사정이 여의치 않기에 흰여울문화마을로부터 조금 떨어진 한적한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도보로 이동했다. 늦은 아침식사 후 점심 무렵 부산 영도에 도착했는데 햇살이 너무나 따사롭고 포근했다. 그리이스 한 철학자가 ‘대왕에게 햇볕 가리지 말라’고 할 때의 사정을 이해할 만했다. 미세먼지가 없고 비교적 푸른 하늘과 포근한 햇빛 덕분에 평소 걷기를 내켜 하지 않던 아이들도 마을까지 유쾌하게 걸어갔다. 이동 중 작은 공원에 높은 철봉이 있기에 펄쩍 뛰어올라 턱걸이를 몇 번 하고 거꾸로 오르기를 하였다. 아이들과 애 엄마는 다른 데를 쳐다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주차한 곳으로부터 흰여울문화마을로 가는 길은 차와 사람이 같이 다니는 길이었다. 예전에 봉래산 산기슭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쳐 내렸고, 빠른 물살의 모습이 마치 흰 눈이 내리는 듯하여 도로명을 ‘흰여울길’이라고 붙였다고 한다. 2011년 마을 이름으로 ‘이송도마을’과 ‘흰여울마을’이 경합을 벌이다 후자로 정해졌다고 한다(흰여울마을 안내 팸플릿).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지는 절영 해안산책로 3km

구간마다 맏머리 계단, 꼬막집 계단, 무지개 계단이


흰여물문화마을로 내려가는 계단에 도착하니 탁 트인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운항을 정지한 상태로 평화롭게 떠 있는 큰 배들이 눈에 띄었다. 그 앞바다는 부산항에 들어오는 화물선이나 원양어선, 선박 수리나 급유를 위해 찾아오는 선박들이 닻을 내리고 잠시 머무는 묘박지(錨泊地)로 하루 평균 70~90척이 머물고 있다고 한다. 고단한 여정을 잠시 쉬고 있지만 2019년 새해 큰 바다를 힘차게 항해할 배들임에 틀림없으리라!

차를 주차하고 걸어왔으니 일단 바다가 잘 보이는 처남이 알려준 카페로 이동하였다. 바다 방향 야외 좌석은 다른 손님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었다. 내부 테이블 4개 중 하나가 남아 있어 그곳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 셋 모두 중학생 이상이 된 후에는 학원 일정 때문에 이렇게 지방의 정취 있는 곳으로 함께 여행 와서 여유롭게 있어본 적이 없었다. 따뜻한 코코아, 아메리카노 커피 등을 모두 받아들고 온기를 느끼며 마을 카페에서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따사로운 햇살에 넉넉한 바다와 함께 있으니 심신이 매우 평화로웠다. 핸드폰을 계속 만지고 있는 둘째, 셋째 딸들도 한없이 귀엽기만 하였다. 


카페에서 계속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내려다보이는 바다 바로 앞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은 가파른 계단을 통하여 이어지는 절영해안산책로까지 갔다. 산책로는 3킬로미터가량 된다고 하는데 흰여울마을에 속하는 일부 구간만 걸었다. 산책로 벽면은 밝은 색의 타일로 벽화들이 그려져 있고, 바닥은 푸른 빛깔들로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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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박샘터에서 펌프질 체험을 하고 있는 박대규(48·사법연수원 29기) 헌법연구관. 두레박 샘터의 펌프는 마중물이 없이도 실제로 물이 나왔다.

 

산책로를 걷던 중 마을의 중앙 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급경사의 무지개 계단을 보았다. 등산하듯 그 계단을 올라 변호인 촬영지로 향하였다. 피난민들이 하나 둘 모여 해안 산동네에판자집 같은 것을 지어 원래의 마을이 형성되었다.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새로 조성된 흰여울문화마을이지만 마을 중간 중간에 계단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흰여울길 산책로에는 맏머리 계단, 꼬막집 계단, 무지개 계단, 피아노 계단, 도돌이 계단 등이 있다. 우리는 그 중간에 있는 무지개가 피어나기를 소망하는 염원이 담겨있다는 무지개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올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흰마을문화마을 좁은 길을 걸으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영화 “변호인” 촬영지에 도착하였다. 벽면에 “니 변호사 맞재? 변호사님아 니 내쫌 도와도”라는 영화 대사가 적혀 있었다. 그 영화에서 국밥집 여주인의 대사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여배우가 매우 실감나게 연기 하였던 그 영화 장면이 연상되었다.


영화 ‘변호인’ 촬영지 벽면에는 영화 대사가 선명히

‘점빵’이 보이는 골목 공터에는 아직도 옛날 펌프가…


‘변호인’ 촬영지를 지나 바다를 내려다보며 좁은 길을 따라 가니 음료와 간단한 먹을거리 등을 구입할 수 있는 ‘흰여울점빵’이 나타났다. 이곳 ‘점빵’은 흰여울마을공동체 주민들이 운영하며 수익의 일부는 마을을 위해 사용한다고 한다. ‘점빵’이라는 단어는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사용하지 않은 단어이다.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춘천에서 대구로 이사 왔다. 그때 어머니께서 동네 점빵에서 꼭 과자를 하나 내게 들려주고 염색공장으로 일을 나가셨었다.

골목으로 들어가 보면 볼 것이 많다는 동네 아주머니의 말씀을 듣고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벽면이 원색으로 칠해져있거나 예쁜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다. 골목 공터에 간이무대 같은 것이 있었고, ‘두레박 샘터’라는 곳에는 펌프가 설치되어 있었다. 마을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영화를 같이 보기도 하고, 수시로 국수나눔잔치가 열린다고 한다. ‘두레박 샘터’ 펌프는 마중물 없이도 펌프질을 하면 실제로 물이 나왔다. 아이들에게 원래는 물 한 바가지를 부어야 물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아이들에게 마중물 이야기를 하면서 아쉽지만 흰여울문화마을을 나왔다.

가파른 마을에서의 바다 풍경, 따스한 햇살은 여유와 평화로움을 느끼게 했다. 아이들과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을 볼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골목 예술제가 개최된다고 하는 5월 무렵 부산 여행을 가야겠다.


박대규 헌법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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