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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판사들의 이사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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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꽃이 피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이다. 그리고 봄은 이사철이다. 이사를 앞두고는 마음이 심란해지기 마련이다. 살던 집을 단장하는 데 고심하기보다는 마음은 벌써 새롭게 살 곳에 대한 고민이 앞선다. 


봄이 시작되는 2월 말경 인사철이 되면 법원에도 낯익은 풍경이 펼쳐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국 전체 판사의 3분의 1이 넘는 판사들이 참고서적이며 업무용품 등을 바리바리 챙겨 전국으로 떠났고, 법원 내부 이동까지 포함하면 인사일을 기준으로 업무가 바뀌는 판사의 비율은 훨씬 높아진다.

이사는 종종 몸살을 앓게 한다. 그리고 판사들의 이사 몸살은 국민들에게까지 옮아간다. 인사이동이 다가오면 변론을 종결하기에 무르익지 않은 사건이나 중요한 증거조사가 예정된 사건 등은 부득이 인사이동 이후로 기일이 멀리 변경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당사자나 대리인들은 재판이 지연되는 만큼 경제적 손실은 물론 마음의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심지어 이는 사법불신으로 이어진다. 수십 년간 계속되어 온 국민들의 불편이나 불만은 이제 더 이상 간단한 처방으로 그칠 수는 없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은 일부 판사를 가사소년사건 전문법관이나 민사 전담법관으로 선발·임용하고, 인사주기를 점차 장기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판사의 희망 없이는 근무지를 변경하지 않는 '부동(不動)의 원칙 확립'이나 나아가 '권역별 법관임용'과 같은 보다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사법수요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한 법원에 오래 근무한 판사는 지역 유지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공정하지 못한 재판을 할 개연성이 더 크다는 일각의 우려 섞인 시선,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오직 정의의 수호자여야 하는 법관의 책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일을 우선해야 할 이유이다.

내년 봄부터는 판사들의 이사 몸살로 국민들이 몸살을 앓는 일이 줄어들기를 소망해본다.


김영기 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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