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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재판부, 심급마다 판결이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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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이 나면 승복 여부가 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원고와 피고, 검사와 피고인·변호인 등 대립당사자가 있는 싸움에서 판결로 승자와 패자가 갈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판결과를 이념적으로 재단해 찬반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잦아졌다. 최근 정치인의 댓글사건과 미투 사건 판결을 놓고 벌이는 비난전은 도를 넘고 있다.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해와 유불리에 따라 재판부의 판결을 비난과 칭찬 사이에서 흔들어 놓는다. 맘에 들면 사법정의가 살아있다고 칭송하고, 맘에 들지 않으면 사법부의 조종이 울렸다고 폄하하는 식이다. 그러는 사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커져간다. 언론도 이에 동조하면서 그 불신은 가속화된다. SNS에 올린 당사자들의 불만이나 제3자의 인상비평식 쪽글을 언론이 여과 없이 인용보도하면서 불신은 더 쌓여간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판결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이러한 행태는 사법부 길들이기다.


재판부마다 판결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180도 뒤집어졌다고 사법불신과 연결시켜 비판하기도 한다. 특히 유명정치인이 관련된 사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널뛰기’, ‘복불복판결’이라는 표현으로 마치 재판이 로또인 것처럼 희화화한다. 그런데 항소심 판결이 1심과 같아야 한다면 심급제도가 있을 이유가 없다. 대법원에서 하급심 판결이 뒤집어 졌다고 사법 불신을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심급마다 재판부마다 유무죄 판결이 다를 수 있음은 당연하다. 법 규정의 추상성과 개방규범성 때문에 규정의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사실인정에서 법관은 자유심증에 따라 증거를 취사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할 수 없다. 진실발견과 법발견의 과정은 평가적이고 해석학적 과정이다. 이는 법관 개개인의 법률과 양심에 따른 판단과정이다. 다 같아 보이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이라도 피고인의 온라인 ‘총 쏘기 게임’ 참가여부를 병역거부의 정당성을 가려줄 합리적 기준으로 받아들일지는 재판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재판의 달인인 대법관이 모인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도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부강간 판결에서 간음의 사전적 의미를 부부 아닌 남녀가 성적 관계를 맺음으로 보면서 부부간에는 강제적인 ‘간음’이 될 수 없다는 소수의견도 있었다는 사실은 재판부마다, 심급마다 판결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기 때문에 유사한 사건에 대해서 재판부마다 서로 다른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 1심과 항소심, 상고심의 판단도 다 다를 수 있다. 심급마다 결론이 다르다고 이를 사법부의 신뢰와 연결 짓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자 재판을 모르는 소치다. 튀는 판결이라고 낙인찍을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법적 안정성이 해쳐지는 것도 아니고, 판결에 대한 불복과 사회적 갈등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타당치 않다. 물론 원심에서 충분한 심리를 하지 못해 항소심에서 뒤집어 진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어야 한다. 사법부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애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사법부의 불신은 사법부 스스로가 자초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개개의 재판까지 싸잡아 불신의 굴레를 씌울 일은 아니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