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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내 삶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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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법원장실에 서산대사가 쓴 것으로 알려진 다음과 같은 시가 걸려 있었다. 이 시는 생전에 김구 선생님이 애용하시던 시였다고 한다. 법원장으로 있을 때 매일 이 시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아 보곤 하였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마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가는 이 발자취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


사람은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나, 그 이름과 발자취는 영원히 남게 된다. 최근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구조센터장이 젊은 나이에 죽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모두 자신만의 이익을 챙기는 이 시대에 이처럼 의롭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이 사회의 희망을 보았다. 과거에도 어둠이 가득 차 있을 때 세상에 빛을 밝힌 사람들이 있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자기의 재산과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내어 준 애국지사들, 6·25전쟁 당시 이름도 없이 조국을 위해 스러져간 군인들, 해방 이후 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서민을 위하여 애쓴 장기려 박사, 군부독재의 어두운 시절에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한 김수환 추기경 등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그들이 있어 우리는 행복했고, 지금도 그들은 우리의 마음속에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모두 공동체를 살리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몸은 죽었으나 그들의 삶의 정신은 오늘 우리와 함께 살아있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건전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하여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웃이 없는 혼자만의 삶은 의미가 없다. 미국 시인 에머슨은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기에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했다. 나도 그런 발자취를 남겼으면 좋겠다.


강영호 원로법관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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