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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변시 낭인과 오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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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노교수님께서는 법률강의를 듣던 우리들을 향해 ‘이 잡놈들’이라고 종종 칭하셨다. 명색이 법학도인데 왜 우리가 ‘잡놈’이라는 것인가? 아마 과거 양반이 아닌 중인층에서 주로 법률을 다루었던 것을 빗대어 하셨던 것이 아닐까. 그 노교수님의 말씀이 맞다면 법률가의 길에 들어서는 것은 곧 잡놈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 그런데도 과거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법시험에 매달리고, 사법시험 합격은 곧 가문의 영광이요 학교의 영광이 되었을까? 


사법시험의 폐해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년이 되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 같던 사법시험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사시합격자가 졸업한 고등학교의 담벼락에 자랑스러이 내 걸리던 플래카드도 희미한 흑백사진 속의 한 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그런데 로스쿨이 사법시험의 폐해를 일소하고 법조인 양성의 바람직한 과정으로 자리매김 하지는 못한 것 같다. 지난 18일 로스쿨학생협의회는 매년 1500명 이상의 ‘변시 낭인’이 양산되고 있다며 로스쿨 정상화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하였다. 확실히 변호사 시험의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2012년 제1회 시험의 87.15%에서 2018년 제7회 시험의 49.35%로 현저히 낮아졌다. 게다가 2009년부터 2011년에 입학한 로스쿨 1~3기 졸업생 중 변호사시험 응시횟수 제한으로 법조인이 될 수 없게 된 사람(이들을 다섯 번 떨어진 사람이라고 하여 ‘오탈자’로 부른다고 한다)은 441명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한다. 법률시장의 규모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 변호사 수가 급격히 증가하다 보니 생존을 위한 변호사 간의 경쟁은 이미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 과거 ‘고시 낭인’이 여전히 ‘변시 낭인’으로 존재하고, ‘오탈자’라는 생경한 부류마저 등장한다면 로스쿨 도입의 취지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게 된다. ‘변시 낭인’을 없애고 ‘오탈자’를 줄이기 위하여는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바꾸고, 변호사시험 합격기준을 입학정원이 아니라 응시인원 대비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은 합격기준이 유지된다면 로스쿨은 로스쿨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고시학원이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0년이 된 지금, 로스쿨 운영을 되짚어 보고 바람직한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운영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변호사 자격은 단순한 개인의 밥벌이 자격’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수요와 공급을 맞추어 조정되어야 하는 자격이다. 그러므로 로스쿨의 입학정원을 고정한 채 시험의 합격률을 가지고 변호사 공급을 조정하기 보다는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높이되 3년, 5년, 10년 후의 변호사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맞추어 매년의 로스쿨 입학자 수를 조정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변시 낭인’과 ‘오탈자’, ‘변호사 백수’와 ‘불량 변호사’, 그 모두가 낭비이며 해악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변호사 자격자, 로스쿨, 로스쿨 재학생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 놓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변시 낭인’과 ‘변호사 백수’가 쌓인 다음에는 로스쿨의 정상화는 늦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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