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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우리가 늦게 어른이 되고 빨리 노인이 되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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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1일 대법원은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의 여건을 고려한다면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지난 1월 24일 보건복지부 장관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노인을 줄여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고 더 늦게 노령연금 수급자격을 얻게 하기 위해’라는 것이다.


가동연한과 노인기준을 높이려는 시도는 현실적이며 합리적으로 보인다. 특히 저임금과 장기간 노동으로 고통받다 은퇴한 후에까지 육체노동에 종사하여 소득을 얻는 분들을 보호한다는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했다면 더욱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직관적으로 보더라도 일할 수 있는 노인을 더 일하게 만든다는 제안은 타당해 보인다.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 고령까지도 일할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사는 노인이 많아져 노령연금 부담도 커지게 되었다.

그러나 때로는 현실을 고려한 직관에 의한 판단을 피해야 한다. 자전거를 타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자전거가 넘어지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라고 물으면 단 1명의 예외도 없이 핸들을 넘어지는 반대 방향으로 돌려야 할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건 사람이 가진 직관에 의한 잘못된 판단이다. 누구도 실제 자전거를 타보지 않고서는, 어째서 넘어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려야 넘어지지 않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조심스럽게, 현실과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지 않은 당위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다.

기술력과 생산력이 부족한 사회는 언제나 일자리가 남았다. 새로 태어나는 모든 사람은 일할 자리가 있었다. 남성은 밖에서 끊임없이 일했고 여성은 가사일과 바깥일에 동시에 시달렸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어릴 때 부터 노동에 투입되었고, 죽거나 병들 때까지 일했다.

기술력과 생산력이 충분한 사회는 가용한 사회구성원들을 모두 노동에 투입하지 않고도 사회가 유지되는데 필요한 재화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 그렇기에 선진국가는 언제나 일자리가 부족하다. 이런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정년제도와 노령연금이다. 정년제도가 사람이 절대적으로 건강을 잃어 노동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노인이 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은 정년제도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사회는 근로자의 정년을 단축하고 장기간 노령연금을 수급하게 해야한다. 정년이 짧음에도 근로자가 평생 경제적 문제 없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력과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생산성은 상승하고 일자리는 부족해진다.

하나의 근로자가 정년까지, 혹은 건강을 잃을때까지 장기간 노동한다는 전제하에 경제적 재화를 획득하게 하는 근대적 패러다임은 지속될 수 없다. 이 패러다임과 사회의 생산력 수준은 이미 정합성이 없어 보인다.

근로자는 사회에서 15~20년 정도의 노동으로도 노령연금 및 복지혜택 등으로 평생 자신과 소수의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 정도의 재화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사람들이 건강해 보인다는 이유로 가동연한과 노인기준을 높인다면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65세 내지 70세에 은퇴하는 것을 전제로 임금 및 노령연금을 지급하지만, 기술발전으로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할 것이므로 갈등은 더 증가할 것이다.

극도로 발전한 기술력으로 지금의 10배가 넘는 초월적 생산력을 발휘하는 미래사회의 정년제도와 노령연금 제도를 상상해보자. 그곳에서는 아마도 하나의 인간이 5년 이상 노동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5년의 노동으로도, 하나의 인간이 자신의 유년기와 은퇴 이후에 생존하는 모든 기간의 재화를 생산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에 맞는 격의 임금을 지급할 것이다. 5년의 노동이 끝난 인간은 자유로이 봉사활동, 연구작업, 사회적 활동 등에 참여하는 것으로 여생을 보낼 것이다. 실제로 그럴 리가 있겠냐고? 불과 100년만에 인류의 생산력이 얼마만큼 증가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정년제도와 노령연금제도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이러한 상상은 픽션에 나올만한 것만은 아니다.

모든 인간이 노동력을 유지하는 연령 내내 생산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야만 생존의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한, 지금의 선진사회 형태에서 발생하는 소위 ‘헬조선’식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패러다임이 바뀌는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개개인은 현재 상태에서 자신이 조종하는 단 하나의 개체에게 이익이 되는 변화만을 원하기 때문이다.


김기원 변호사 (법무법인 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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