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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이 아닌 예규에 근거한 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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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경수 지사를 비롯하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들에 대해 법정구속이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불구속 피고인에 대하여 판결선고 시 법정에서 구속하는 근거가 법률인 형사소송법이 아니라 규칙보다도 하위 개념인 대법원 예규라는 점은 문제가 있다.

 

대법원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를 살펴보면 '제1절 피고인의 구속'에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다.

 

'제57조 (기본방향) 불구속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피고인의 신병확보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할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

 

즉 예규에 따르면 불구속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법정구속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형사소송법 제70조는 △주거 불명 △증거인멸 우려 △도주 우려라는 3가지 사유가 있을 때에만 구속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상위규범인 법률에 따르면 불구속 피고인에 대한 실형 선고 시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라는 추상적인 개념만으로 구속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가 김경수 지사에 대한 법정구속을 할 때에, 만일 형사소송법상 증거인멸 우려나 도주우려가 없는 사안이었음에도, 예규에 따라 법정구속하였다면 이는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왜냐면 예규라는 것이 법률처럼 외부적 효력이 없는, 행정기관 내부에서만 효력있는 것이고, 게다가 원래 반복적 행정사무의 통일을 기하기 위한 행정사무의 처리기준일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헌법 제12조에는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구속되지 않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1심 판사가 불구속 피고인을 법정구속할지 여부의 기준을, 법률이 아닌 예규로 규정한 것 역시 명백히 위헌적인 것이다. 이 예규는 2003년 제정된 이래 몇차례 문제제기가 되어 왔었지만 여전히 폐지되지 않고 있다.

 

필자가 2000년부터 판사로 근무할 때, '불구속 피고인을 법정구속해놓지 않으면 상급심 윗분들에게 부담을 끼치게 된다(더 심하게 표현하자면 윗분들에게 찍힌다)'는 이유로 법정구속을 원칙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판사들을 상당수 보았다. 이는 한마디로 법원의 편의를 위해 법정구속해야 한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만일 상급심에서 부담된다면 그만큼 ‘증거인멸우려, 도주우려’가 미약한 사안이라는 의미이기에, 그런 사안이라면 더더욱 1심에서 불구속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면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정구속이 원칙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인신을 구속하는 중차대한 결정이 대법원 예규에 따라 트렌드, 관행으로 굳어져서는 더더욱 아니될 것이다. 어디까지나 법정구속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안별로 ‘증거인멸 우려, 도주우려’가 있는지 면밀히 심사하여 결정해야 한다.

 

 

서기호 변호사 (법무법인 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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