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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은 탄핵 대상 법관 명단 발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검찰이 지난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을 중심으로 이 사건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정의당이 14일 탄핵소추 대상 법관 10명의 명단을 공개한 데 이어 민주당도 곧 탄핵 대상 법관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법관독립·재판독립과 관련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정의당은 이번에 발표한 대상자 외에 법관 13명을 추가로 탄핵소추 대상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헌법은 법관의 탄핵 사유로 ‘법관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들고 있고, 아직 위법행위를 했음이 명백히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특정 정당이 많은 법관들을 탄핵 대상으로 공개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민주당 또한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 직후 담당 재판부를 향해 도를 넘는 비난을 가하면서 재판장 탄핵까지 거론했다가 여론의 반발을 산 적이 있다. 그래서 탄핵 추진이 항소심 재판장에 대한 압박용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렇기에 민주당과 정의당이 탄핵 대상 법관들을 앞 다퉈 공개하는 태도가 위법을 저지른 법관을 탄핵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마음에 들지 않는 법관들을 인위적인 방식으로 청산하자는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현재의 의석 분포상 민주당과 정의당만으로는 탄핵소추 의결이 불가능해 보수 야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은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이 법관 탄핵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결국 진보 정당들이 탄핵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여야 합의를 통해 탄핵소추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과연 해당 법관들이 탄핵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법관 탄핵이라는 것이 헌법기관의 정당한 권한 행사여야 하지 ‘정치쇼’의 일환이 돼서는 안 된다. 법관 탄핵이라는 사건의 역사적 상징성과 정치적 파급력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대법원은 최근 윤한홍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법원·법조개혁 소위원장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법관 탄핵은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권한"이라는 짧은 입장만 내놓았는데, 이 같은 입장표명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지난달 민변 사법농단TF가 윤성원 법원장을 탄핵소추 대상으로 발표하자 윤 원장은 "새로 부임하게 될 법원의 가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기 싫다"며 곧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법관은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몹시 불명예스러운 것이고, 탄핵 사유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법관과 법원의 재판권 행사를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더욱이 법관 탄핵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정치권은 법관 탄핵에 더욱 신중하여야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