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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샌드박스의 실효성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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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샌드박스가 개정 산업융합 촉진법 및 정보통신 융합법의 2019.1.17 시행에 따라 주목을 받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과 신산업을 포용하는 규제방식으로 불합리한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해주는 제도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과 신산업을 포용하면서도 안전, 환경 등 공익을 보장할 수 있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법체계와 국민정서에 맞는 규제혁신제도이다. 그러나 개정 규제샌드박스제도에도 한계가 있고, 보완할 점이 있다.


우선 신기술과 신산업을 포용하기 위해 네거티브규제가 아니라 규제샌드박스로 접근한 것은 타당하다. 네거티브규제는 법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허용하는 규제방식이다. 이명박 정부 이래 네거티브규제를 규제개혁의 핵심으로 생각해왔다. 미국과 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나라에서는 규제가 없어도 기업이 안전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그러나 아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 미흡하고, 원칙상 피해자가 가해자의 고의·과실과 손해를 입증해야 하고, 입증된 손해만 배상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규제가 없으면 안전에 큰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기업의 이익에 부합한다. 손해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입증한 경우에만 배상해주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

신기술과 신산업을 포용하기 위해 규제샌드박스로 접근한 것은 타당하지만, 개정 규제샌드박스제도에도 한계가 있고, 보완할 점이 있다. 규제샌드박스가 만병통치의 규제방식은 아니다. 실증특례(규제적용제외)와 임시허가는 2년이내, 1회에 한하여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을 위해 장기간을 요하는 경우에는 규제샌드박스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실증특례 임시허가는 제품과 서비스의 상용화에만 적용되고 신기술만의 개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의 규제샌드박스제도에서는 임시허가 후 정식허가를 받을 수 있는 통로가 명확하지 않다. 개정 산업융합촉진법은 연장된 임시허가의 유효기간 내에 허가 등의 근거가 되는 법령 정비가 완료되지 않은 경우에는 법령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 유효기간이 연장되는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법령 정비가 완료될 때”라는 문구가 모호하다. 법령 정비가 완료된 후에도 정식허가 신청과 허가신청서 심사를 거쳐 정식허가를 받을 때까지 임시허가가 유효한 것으로 수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대한 안전상의 문제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식허가를 내주는 것으로 하는 규정을 신설하여야 한다.

규제적용제외와 임시허가에 여러 부처가 관계되는 경우 부처 간 협의가 잘 되지 않아 규제샌드박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임시허가 후 정식허가 단계에서도 부처 간 다툼으로 정식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정식허가가 지체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기존의 산업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경우 차량공유서비스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에서 보듯이 기존 산업으로부터의 저항에 부딪혀 정식허가를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신규 정보통신융합등 기술·서비스를 활용하는 사업에 2개 이상의 허가 등이 필요한 경우 동시에 해당 법령에 따른 허가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일괄처리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인허가의제제도, 협의간주제도 등 부처간 협의를 촉진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규제샌드박스는 행정기관에게 규제적용제외권과 임시허가권 및 취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주고 있다. 규제를 집행하는 공무원에게 고도의 전문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정부는 규제샌드박스 시행에 맞춰 실증특례 임시허가 부여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신기술' 서비스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였는데, 심의위원 중에 규제법전문가인 법학자가 포함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증특례 임시허가 부여시 관련 규제법을 제대로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을 붙여야 하고, 불합리한 법제도의 개선을 위한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규제법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

오늘날의 초경쟁사회에서는 디테일이 중요하다. 첨단 제품과 서비스를 규제하는 법도 첨단이 되어야 한다. 규제샌드박스가 보다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교한 규제샌드박스의 설계를 위해서는 규제법학자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우리의 실정에 맞는 정밀한 규제샌드박스제도가 마련되어 신기술과 신산업의 개발을 촉진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규제샌드박스는 만능키가 아니다. 정부는 규제샌드박스의 한계를 명확히 알리고,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불합리한 관련법을 지속적으로 개정해나가야 할 것이다.


박균성 교수 (경희대·한국법학교수회장)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