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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일상예찬(日常禮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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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은 생각이 자라고 발전할 공간을 제공한다. 지루함의 올바른 활용법을 배우면 지루함은 만족스러운 삶을 창출하는 최적의 공간이 된다.” 

- 마크 A. 호킨스 '당신에게 지루함이 필요하다' 중에서 



오늘도 지극히 평범하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일상이 반복된다. 특히나 법원의 일상은 재판이 진행되는 일주일 단위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난주와 같은 오늘이 끊임없이 반복되는지라 더욱 지루하고 권태롭다. 그래서 가끔은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향하는 곳은 어김없이 같은 자리다. 일상의 다른 이름은 공허함의 반복이고, 언젠가는 탈출하고픈 지루함이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항상 같은 검정색의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는 지극히 단순한 일상을 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마크 저커버그 역시 항상 회색 티셔츠만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구보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이들이 항상 같은 옷을 입는 단순하고 반복된 일상을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일에 대한 결정력’을 아끼기 위함이라고 한다. 일본의 유명한 디자인 회사 ‘넨도’를 운영하고 있는 오키 사토도 매일 같은 식당에 가서 매일 같은 메뉴만을 주문한다고 하는데, 이는 단순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유지하다 보면 아주 사소한 변화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는 ‘관찰’의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것이 누구보다 막중한 ‘일에 대한 결정력’을 요구받고, 비슷해 보이는 사건들 사이에서 그 사건만의 구체적 타당성을 찾아내야하는 세밀한 ‘관찰력’이 필요한 법조인에게 오롯이 사건에 집중할 수 있는 단순하고 지루한 일상이 필요한 이유일지 모르겠다. 일상이 지루하고 무료해지는 것은 일상의 변화가 없어서가 아니라 어딘가에 몰입할 열정의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거나 변화를 알아챌 만큼 세밀한 관찰력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저 평범하고 지루하던 필자의 일상에 ‘법대에서’ 칼럼을 쓸 수 있었던 지난 6개월은 어딘가에 열중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고, 법원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부족한 글을 하나하나 채워가며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울러 앞으로도 끊임없이 반복될 단순하고 지루한 우리의 일상에도 뜨거운 응원을.


이은혜 판사 (서울동부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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