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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베개 밑으로 오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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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니 남녘에 매화가 피었다고 한다. 올해는 유독 봄꽃이 빠를 것이라고도 한다. 가족들과 꽃놀이를 갈 생각을 하면 설레는 마음도 든다. 이렇듯 매년 올 것 같지 않던 봄은 겨울옷에 어깨가 뻐근해지고 그 무채색에 질려갈 때쯤이면 어김없이 온다.


이렇듯 재촉하지 않아도 봄은 오고, 거기에서 새해를 다시 한 번 느끼건만 여전히 서초동 법조는 겨울이다. 어둡고 냉하며 거칠고 답답하다. 며칠 사이로 이어진 굵직한 인사들의 충격적인 법정구속은 또 어떠한지. 뿐만 아니다. 구치소 접견을 다녀오는 변호사들마다 명사(名士)들을 어깨너머로 알현(?)한 경험들을 심심찮게 털어놓는다. 이름만으로도 추상같고 나는 새도 떨어뜨리실 분들이 아니었던가. 도대체 접견을 간 것인지 뉴스를 본 것인지 모르겠다는 씁쓸한 목격담만 이어진다.

이런 황망한 와중에 전직 대법원장이 47개 혐의로 기소되는 일까지 겪고 있다. 그래서인지 향후 재판 전망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전화를 여러 통 받고 끊은 참이다. 내가 무슨 재주로 초유의 일을 감히 전망한다는 말인가. 기라성 같은 법조인들이 사법농단에 연루됐다. 이 사태의 시작점에 있었던 이 모 판사는 "금이 간 것은 반드시 깨지게 되어 있다"라고 일갈하며 초심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사직서를 던졌다, 나 같은 필부(匹婦) 아니 필변(匹辯)이 낄 자리가 아닌 것이다. 말을 아끼는 게 아니라 말문이 막힌다. 하물며 이런 와중에 봄타령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박목월 시인은 2월의 봄을 일러 “베게 밑으로 온다”고 했다. 시인의 트인 귀에는 봄이 거슬러 올라오는 속살거림이 베개 밑으로도 들렸던 모양이다. 봄은 그렇게 믿는 사람에게는 빨리, 그리고 경이로움으로 다가 올 것이다. 그렇다면 여전한 법조의 겨울은 내 귀가 어둡기 때문인가 아니면 내 믿음이 약하기 때문인가. 이 모든 것이 나의 둔함과 신실하지 못함이었으면 한다. 이러한 우매함을 꾸짖듯 법조의 봄이 나와 같은 필변(匹辯)들의 베개 밑으로도 당도했으면 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와도 봄 같지 않으니.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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