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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世紀의 재판, 사법신뢰 회복의 계기 삼아야

지난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기소되었다. 1월 11일 첫 검찰조사를 받은 지 한 달 만이다. 총 47개의 범죄사실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공소장은 296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고, 앞으로 재판을 통해 첨예한 공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역시 같은 날 기소되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전임 대법원장 및 대법관들에 대한 형사재판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가 어떻게 이 세기(世紀)의 재판을 진행할지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재판과정에 많은 전현직 판사들이 증인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보니 담당 재판부로서는 여러 가지로 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사법부의 최대 위기인 지금 이 상황에서 어찌 보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재판은 사법부의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되찾을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정하고 원칙에 따라 그 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 일환으로 피고인에게 충분한 방어권의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최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재판에서 1주일에 4번씩 재판을 진행하려는 재판부의 방침에 불복해 변호인단이 모두 사임하는 일이 발생했다. 1주일에 나흘이나 하루종일 공판을 진행하면 증인신문사항 준비 등 방어권 행사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심급별 구속기간을 6개월로 정한 이유는, 피고인의 장기간 구속을 방지하려는 인권보호적 차원에서이지 형사재판을 6개월 안에 마치라는 취지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중대성과 사회적 관심을 감안하더라도, 법원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고려해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이것은 비단 피고인이 양 전 대법원장이라서가 아니라 모든 재판에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원칙이다.

그 다음으로, 사법부의 독립을 저해하는 외부의 목소리에 대해 법원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얼마 전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1심 판결을 두고 재판불복을 넘어 재판장 개인에 대해 이루어진 과도한 인신공격은 재판의 공정과 독립성을 저해하는 행위였다. 이에 대해 "법치주의 국가에서 과거 근무경력을 이유로 헌법상 독립된 재판권을 가진 법관을 비난하는 것은 사법부를 정쟁 수단으로 삼아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논평이 있고 나서야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 독립의 원칙과 법치주의 원리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힌 것은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소속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이라도 판사 회의 등을 통해 외부의 무분별한 목소리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표명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앞으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이런 저런 추측성 이야기나 재판의 공정을 저해하는 외부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법원이 그 중심을 지켜 의연하게 대처하고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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