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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무사에게 소송대리권 부여하는 입법안을 우려한다

작년 11월 발의된 세무사법 개정안은 세무사에게 법정변론을 포함하는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소송대리권은 모든 세무사에게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세무사 등록 기간이 2년을 넘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하였으며 조세소송 실무교육을 이수한 세무사만이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법안이 세무사협회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고 있고, 이에 대하여 변호사협회가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입법안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직역간 영역다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소송제도의 근간과 직결되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자격사가 있다. 법률분야에는 변리사·법무사·노무사·공인중개사 등이 있고, 세무·회계분야에는 공인회계사·세무사·관세사 등이 있으며, 보건·복지분야에 의사·치과의사·한의사·한약사·복지사 등이 있다. 감정평가사·건축사도 전문자격사에 해당한다. 변호사는 특정 직역의 전문자격사라기보다 전문분야의 경계를 넘어 모든 분야에서 법적 절차를 대리하거나 대행할 수 있고, 소송절차에 관하여는 변호사만이 대리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다른 전문자격사와 다른 지위에 있다.

전문자격사들은 대부분 소관 행정관청의 법집행 과정에서 타인의 위임을 받아 절차를 대행 또는 대리하는 업무를 수행하므로 변호사의 업무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세무사에 대하여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면 다른 전문분야 자격사들에게도 소송대리권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도미노처럼 일어날 것이다. 사실 세무사의 조세소송 대리권을 인정하면서 근로관계 소송에서 공인노무사의 소송대리권, 의료과오 소송에서 의사의 소송대리권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세무사의 소송대리권 주장은 따지고 보면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특허청의 심결취소소송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한 변리사법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변리사법은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의 군사혁명위원회를 승계한 국가재건최고회의가 1961년 입법한 것인바,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된 입법기관답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한 것이다. 이와 같이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니 다른 전문자격사 단체들이 너도나도 소송대리권 입법을 추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세무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하기 위한 시험을 기재부장관이 주관하겠다는 것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고, 이미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1만명을 넘고 있다. 학부에서 각종 전공을 이수한 학생들이 로스쿨에서 법률지식을 쌓고 법조계로 나가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 로스쿨 제도의 취지이다. 그런데 변호사에게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문자격사들에게 소송대리권을 인정하겠다는 것은 로스쿨제도가 예정하는 전문변호사의 양성에 역행하는 것이다. 전문자격사는 특정분야의 전문가이기 이전에 변호사여야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