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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도 넘은 판결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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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내린 판결은 대법원장인 나도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없는 겁니다. 무죄 판결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절차를 밟아 상소하면 되지 않습니까." 

 

1952년 자신을 살해하려던 육군 대위를 사살한 서민호 의원에게 1953년 양회경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하자, 격분한 이승만 대통령이 장관들이 모인 공식석상에서 김병로 대법원장에게 흥분한 어조로 "그런 재판이 어디 있느냐, 현역장교를 권총으로 쏘아 죽였는데 무죄라니 그게 말이 되느냐"고 따지고 들자 김 초대 대법원장이 한 말이다.<법률신문사 발간 '법조 50년 야사' 875쪽>

 

언제부터인가 판결, 심지어 영장재판까지도 도마에 올려놓고 제 입맛에 맞지 않으면 판사에 대한 온갖 비난과 저주를 쏟아내는 행태가 잦아졌다. 과거 정권 관련 사건이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등 이른바 '적폐사건'에서는 이런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1심 선고를 놓고 극에 달하는 형국이다. 재판장을 적폐로 몰아붙이며 탄핵 운운하는 목소리가 집권 여당에서 나오고 있다. 여당은 재판장이 과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을 때에는 '당연한 결정'이라며 치켜세웠었다. 

 

김 지사는 선고 직후 "재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특수관계라는 점이 이번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주변의 우려가 있었다. 그 우려는 재판결과를 통해 현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하면서 판결 결과를 정치적으로 해석했다.

 

1심 판결에 불만이 있다면 항소와 상고를 통해 다투면 된다. 그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이 예정한 '룰'이다. 판사 탄핵을 운운하는 것은 이 같은 헌법과 법률을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다. '신(新) 사법농단'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이럴 거면 재판은 왜 합니까." 이번 사태를 보며 한 변호사가 허탈해하며 내뱉은 말이다. 국정에 책임 있는 위정자들이 사법을 무시하는데 국민이 따르겠는가. 이런 풍조가 만연하면 법치는 사라지고 세상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된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그렇게 주장하는 '사법개혁'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개혁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판사나 재판에 대한 도를 넘는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