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조프리즘

생어우환(生於憂患)

150516.jpg

생어우환(生於憂患)은 '어렵고 근심스러움이 오히려 나를 살린다'라는 뜻으로 맹자 '고자하'편에 나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가히 살인적인 일정이 1월이었다. 서면은 밀린 채 쌓여만 가고, 이미 합의로 끝난 사건의 당사자도 아닌 상대방들이 찾아와 불만을 토로하거나 괴롭히기도 했다. 아이의 돌이 코앞, 워킹맘의 무게는 여전하건만 아이의 감기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송무에 육아 그리고 대외활동까지 범벅이 된 1월, 가히 잔인한 달이다.


그러면서도 새벽이면 잠이 오지를 않았다. 매일이 말 그대로 근심이었다. 살얼음을 걷듯이 기일을 확인하고, 상담 내용을 기억하고 그밖에 처리할 잔업들의 우선순위를 정했다. 30분 단위로 하루를 계획해 지켜나간다는 모 판사님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마치 하루살이처럼, 입시나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조바심으로 1월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격무 속에 마친 하루는 보람되다. 어렵고 근심스러웠던 만큼 분명히 발전은 있었다. 커다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다. 2019년 첫 달을 이렇게 치열하게 보냈다니 오히려 올 한해가 기대가 되는 면도 있다. 생어우환이나 사어안락(死於安樂)이다. 안정과 편안함 속에는 오히려 죽을 길이 있는 법이라 하지 않던가.

오늘도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훔치며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의뢰인을 만났다. 피해로 인해 그 또는 그녀의 삶은 망가져 있었고, 피해 회복이라는 게 가능할지 의문스러울만큼 피폐해져있어 듣는 나조차 마음이 뭉개졌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변호사로서의 어려움과 근심스러움. 이것이 결국 의뢰인을 살리고 변호사로서의 나를 키우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변호사란 한순간도 안정과 편안함이 있어서는 안 될 직업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내일도 물먹은 솜같은 몸을 일으킬 일이다. 어렵고 근심스러운 일을 하러, 그렇게 나를 살릴 일이다. 이 글이 태만해질 나를 경계할 하나의 약속이 되길 바란다. 안정과 편안함을 바라지 않기를. 그렇게 성장을 멈추지 않기를.


장희진 변호사 (지음 법률사무소)

관련 법조인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