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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사자(使者)의 이혼주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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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사건 첫 기일이면 필자가 확인하는 내용이 있다. ① 당사자들의 이혼의사 ② 별거여부 ③ 사전처분의 필요성 ④ 자녀양육안내(부모교육) 이수여부. 1기 가사전문법관이었던 대구가정법원의 모 부장판사는 두(頭)문자를 따서 이를 ‘이, 별, 사, 자’라고 불렀다. 드라마 ‘도깨비’에 망자를 저승으로 안내하는 꽃미남 저승사자(使者)가 있다면, 가정법원에는 이혼으로 부부관계를 정리해 주는 이별사자(使者), 가정법원 판사들이 있다.


이별사자가 하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협의이혼의사확인이다. 평일 오전 10시 서울가정법원 1층 협의이혼실 앞.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많은 남녀가 어두운 얼굴로 휴대전화에 애써 시선을 주고 있다. 이별사자 앞에 선 그들은 이렇게 간단하게 이혼이 되는 것이냐고 묻기도 하고 절차가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서둘러 각자의 길을 떠난다. 많은 하객에 둘러싸여 행복한 미래를 다짐하며 축복 속에 결혼생활을 시작한 그들이지만, 이별의 날에는 그들을 위로하거나 격려하러 온 하객도, 이날을 기념하기 위한 사진촬영도, 부케도 없다. 단 하나. 이별사자의 이혼주례만 있을 뿐이다.

가정법원에서 근무한 6년 동안 필자는 결혼식 주례를 두 번 해 보았으나, 이혼주례는 셀 수 없이 많이 해 보았다. 요즘 주례 없는 결혼식이 늘어나는 등 결혼 주례의 역할과 비중은 점점 쇠퇴하고 있지만, 이혼 주례는 정반대이다. 협의이혼의사확인 절차를 통하여 자녀를 포함한 부부 문제의 근본적이고 건강한 해결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혼에 대하여 신중하게 생각할 기회를 주고, 양육비와 면접교섭과 같은 이혼 후를 대비하도록 도와준다. 협의이혼이 전체 이혼 사건의 80%를 차지하는 요즘, 미성년자에 대한 배려와 심리적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별사자, 아니 협의이혼의사확인 담당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관련된 후견프로그램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김성우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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