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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법조

HCCH의 Judgment Project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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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판결의 승인·집행에 관한 협약 -

 

1. 헤이그국제사법회의 및 활동 

헤이그국제사법회의(Hague Conference on Private International Law, HCCH)는 각 나라간 국제사법의 점진적인 통일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국제기구로서 2019년 1월 현재 83개(82개국과 유럽연합)의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나라는 1997년 8월 20일 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 국제기구의 연혁을 살펴보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Tobias Michel Karel Asser의 큰 역할로 1893년 첫 회의를 가진 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총 6번의 회의가 개최되었으며, 혼인, 민사소송절차 등의 주제에 관하여 논의를 하고 협약안이 도출되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회의의 상설적인 개최여부가 명확하지 않았고 그 활동도 크게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지는 못하였으나, 1951년 열린 헤이그국제사법회의 제7회 총회에서는 헤이그국제사법회의 규정이 채택되었다. 위 규정은 1955년 7월 15일 발효되었는데 이를 통해 헤이그국제사법회의는 상설적인 정부 간 국제기구로 발돋움하게 된다.

헤이그국제사법회의의 활동은 다국적 직원으로 구성된 상설사무국(Permanent Bureau)에 의해 조직되는데, 상설사무국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소재하고, 홍콩에 아시아퍼시픽 지역사무소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라틴아메리카 지역사무소를 두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헤이그국제사법회의가 성안한 협약 중, ① 민사 또는 상사의 재판상 또는 재판외 문서의 해외송달에 관한 1965. 11. 1. 협약(송달 협약), ② 외국공문서에 대한 인증의 요구를 폐지하는 1961. 10. 5. 협약(아포스티유 협약), ③ 민사 또는 상사의 해외증거조사에 관한 1970. 3. 18. 협약(증거 협약), ④ 국제적 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1980. 10. 25. 협약(아동탈취 협약) 등 4개 협약의 당사국이다.


2. 외국판결의 승인·집행에 관한 협약의 경과

헤이그국제사법회의는 1992년경부터 민사·상사의 국제분쟁에서 관할과 외국판결의 승인·집행에 관하여 통일된 국제규범을 도출하기 위한 노력(‘Judgment Project'라 한다)을 기울여 왔다. 이에 따라 2001년경까지 이루어진 논의를 통하여 섭외사건에서의 직접관할, 외국판결의 승인·집행을 아우르는 협약안을 도출하는 데 큰 진전이 있었으나 중요한 쟁점들에 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협약이 도출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헤이그국제사법회의는 기존 논의과정에서 합의가 도출되었던 부분에 한정하여 2005년 새로운 협약(the Convention of 30 June 2005 on Choice of Court Agreements, 이하 ‘재판관할합의협약’이라 한다)을 도출하였고, 멕시코, EU(덴마크 제외), 싱가포르 등이 재판관할합의협약을 비준·발효한 바 있다. 그 후 헤이그국제사법회의 내 일반사무·정책이사회(Council on General Affairs and Policy)는 2012년 외국판결의 승인·집행에 관한 새로운 협약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그룹의 보고에 따라 ‘Judgments Project’를 다시 진행할 것을 결정하였고, 2013년부터 2015년까지 5차례에 걸친 실무작업반(Working Group) 회의를 통해 민·상사 영역에서의 외국판결의 승인과 집행에 관한 협약 초안이 마련되었다. 그 후, 헤이그국제사법회의는 위 협약 초안을 기본으로 구체적인 협약안을 도출하기 위하여 전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위원회(Special Commission)를 2016년 6월, 2017년 2월, 2017년 11월, 2018년 5월, 총 4회에 걸쳐 개최하였고, 금년 6월에 위와 같이 준비된 협약 초안 등에 관하여 논의하고 최종 협약의 채택을 위한 외교위원회(Diplomatic Session)를 앞두고 있다.


3. 협약 초안의 내용 및 쟁점
가. 배경 및 주요내용

외국판결의 승인과 집행에 관하여 유럽 내에서는 이미 브뤄쉘 협약(EU Regulation 1215/2012 of 12 December 2012, on jurisdiction and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judgments in civil and commercial matters), 루가노 협약(the Convention on Jurisdiction and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Judgments in Civil and Commercial Matters) 등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헤이그국제사법회의가 이미 성안한 재판관할합의협약 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종전의 협약은 유럽연합 내의 일부 국가들에게만 적용되었거나(브뤄셀, 루가노 협약), 배타적인 재판관할합의가 있는 경우(재판관할합의협약)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보다 광범위하고 보편적인 협약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왔다.

협약 초안은 말 그대로 초안에 불과하여 분야별 쟁점에 관하여 각국 대표단 사이에서 활발한 토론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모든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까지 논의되어 협약 초안에 포함되어 있는 주요내용 또는 기본원칙은 아래와 같다.

① 본 협약은 조세, 관세 및 행정사건을 제외한 민사 및 상사사건에 적용되고, 협약이 적용되는 체약국(Contracting State)의 판결은 다른 체약국에서 판결 본안에 대한 추가심리 없이 승인 또는 집행되어야 한다. 

 

② 본 협약은 민사소송법상 피고의 보통재판적과 같이 외국판결이 승인 또는 집행되기 위한 요건을 일일이 열거함과 동시에 궐석재판, 기망에 의한 재판과 같이 외국판결의 승인 또는 집행이 거절되는 사유도 함께 규정하고 있다.

 

③ 재판과정에서 성립된 조정, 화해조서도 판결과 같이 승인 또는 집행되도록 하면서도 각국별로 허용 여부가 다른 징벌적 손해배상 및 지적재산권 소송에서 금전배상을 제외한 강제집행 등을 제한하는 예외를 마련하고 있다. 

 

④ 본 협약과 별개로 각국의 국내법에 따른 외국판결의 승인 또는 집행이 허용하고 있으므로 본 협약이 각국의 국내법에 따른 외국판결의 승인 또는 집행을 방해하거나 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나. 분야별 쟁점

① 먼저, 지적재산권 관련 분쟁의 적용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승인 또는 집행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법원의 판결이지만, 지적재산권 관련 분쟁의 경우 우리나라의 특허청과 같이 행정청이 지적재산권의 유·무효 등을 판단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이러한 행정청의 판단 역시 승인 또는 집행의 대상으로 포함할 것인지 여부가 하나의 쟁점이다.

 

② 공통법원(common court)이란 국가별로 다를 수 있는 법 해석의 통일을 위하여 해당 분야별로 국가별 합의에 따라 관할권 및 재판권을 부여받는 법원으로서 예를 들면 캐리비안 법원(the Caribbean Court of Justice), 베네룩스 법원(the Benelux Court of Justice) 등이 있다. 이러한 공통법원이 내린 판결의 승인 또는 집행의 요건에 대한 세부적 논의가 현재 진행 중이다.

 

③ 앞서 본 바와 같이 외국판결의 승인 또는 집행에 관하여 여러 다른 종류의 협약이 이미 존재하는데 본 협약과의 관계가 또 다른 쟁점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원칙은 협약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다른 협약과의 관계를 존중하고, 본 협약이 효력을 발생하기 전에 이미 효력을 발생한 다른 협약의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본 협약 이후에 효력이 발생한 다른 협약의 효력에는 일정한 제한을 두자는 입장이다.

 

④ 원칙적으로 본 협약은 민사, 상사에 관한 판결이기만 하면 당사자가 정부인 경우에도 적용되는데, 각국의 주권을 보다 존중하는 차원에서 각국 정부로 하여금 특정한 사안에 한하여 본 협약의 적용을 배제하는 선언을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준비하고 있다. 


⑤ 마지막으로 공정거래법 관련 분쟁의 적용 여부가 논의되고 있다. 계약을 위반한 당사자가 오히려 상대방을 공정거래법위반으로 역공하여 본 협약의 실질적 운영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고, 정부가 당사자로서 공정거래법 쟁점을 주장하면 민사, 상사형 분쟁과 행정형 분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등의 이유로 그 적용을 반대하는 견해가 있다.


4. 협약을 준비하는 우리나라의 상황

해외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에 비추어 보면, 빈번한 국제간의 법률분쟁은 피할 수 없고 그러한 과정에서 외국판결의 승인 또는 집행의 필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외교위원회, 특별위원회를 비롯하여 쟁점별로 각 실무작업반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협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관여 및 활동하고 있다. 향후 최종 마련되어 성안될 협약이 우리나라의 국익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제사법의 통합 및 효율성 증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강동원 판사 (헤이그국제사법회의 파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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