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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걸림돌(Stolp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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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도시의 거리를 걷다보면 곳곳에서 ‘걸림돌(Stolperstein)’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걸려 넘어지게 바닥에 설치한 거친 돌이라는 의미로 나치 강제수용소에 끌려간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겨 넣은 명판이다. 1992년 독일의 행위예술가인 귄터 뎀니히가 나치 정권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 등을 추모하며 발에 걸리는 돌처럼 이들의 비극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취지에서 보도블록을 깨고 그 자리에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을 설치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2015년 6월까지 독일을 포함한 유럽 18개국에 총 5만 3천 개 이상의 걸림돌이 설치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독일 국민들은 도시 곳곳에 설치된 걸림돌로 인해 적지 않은 불편을 느끼면서도 이를 불편하다 말하거나 걸림돌을 제거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희생자들의 이름과 희생당한 날이 새겨진 걸림돌에 발을 헛디디는 순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와 그 비극적 결과를 일상으로 마주하면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매순간 되새기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큰 과오 없는 평탄한 인생을 꿈꾸지만, 살아가면서 저지르는 수많은 실수와 잘못으로 어느덧 인생은 여러 이름의 걸림돌로 가득 차게 마련이다. 그러나 인생의 걸림돌을 제대로 대면하고 이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과거의 실수와 잘못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인생의 걸림돌은 오늘도 하나 더 늘어있다.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2019년 1월은 그 어느 때보다 안타깝고 뼈아프다. 그러나 여기에 그친다면 사법부가 처한 오늘의 비참한 현실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사법부 구성원 각자가 오늘의 과오를 저마다의 ‘걸림돌’에 새겨두고 일상으로 마주하면서 발을 헛디디는 순간 이를 되돌아보고 기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걸림돌을 되새기면서 묵묵히 자기소임을 다하고 있는 그들에게 사법부의 미래가 있다.


이은혜 판사 (서울동부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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