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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포토라인 관행, 기본권 보장 위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피의자가 포토라인에 서서 수많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는 모습은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간혹 돈 있고 권력 있는 고위공직자나 재벌 등 유명 인사가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주기라도 하면 국민들은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느끼기도 한다. 피의자가 포토라인에 서서도 뻣뻣한 태도로 나서면 곧바로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거나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다는 언론의 질타가 뒤따른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이념으로 하고 있는 형사법 절차하에서 이 같은 포토라인 관행이 과연 적법한 것인지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의 포토라인 관행은 1993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검찰에 출석하는 도중에 과도한 취재경쟁으로 인해 이마가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 계기가 됐다. 피의자 입장에서는 취재진과 일정한 거리를 둠으로써 육체적, 심리적 압박을 덜 받을 수 있고,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수사를 공론화 함으로써 밀실수사, 봐주기 수사 논란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었기에 지금까지 관행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취재기자가 공격적으로 난처한 질문을 던져 공개적으로 피의자에게 망신을 주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고,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피의자가 포토라인 마사지를 받으면 진술 태도가 달라진다”고 말하는 등 과연 포토라인이 당초의 선의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언론계와 법조계에서 이 같은 포토라인 관행이 ‘포토라인 폭력’, ‘현대판 멍석말이’라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지금처럼 포토라인이 운영된다면 공소가 제기되기도 전에 피의자에게 망신을 주고 공개적으로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피의자가 모멸감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만큼 피의자의 기본권도 중시돼야 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보장돼야 하는 법치주의 문명국가에서 이 같은 포토라인 관행이 유지돼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침 지난 15일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포토라인,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도 포토라인 관행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쏟아졌다. 무엇보다도 포토라인에 대한 피의자의 동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확인한 연후에 포토라인을 설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재판은 공개하되 수사는 밀행성을 지키는 선진 국가들의 사례를 되돌아보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피의자 개인의 기본권 보호를 조화시킬 수 있는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 마치 축구중계를 하듯 수사절차를 실시간 중계하는 언론의 폐습도 언젠가는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