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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휴대폰 임의제출에 있어 임의가 임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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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스마트 폰이 나오면서부터 휴대폰은 단순한 폰 이상의 그 무언가가 되었다. 출근하다가도 휴대폰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멘붕 상태가 되지 않을 수 없고, 발길을 다시 집으로 돌릴 수 밖에 없다. 휴대폰 없이는 출근 자체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휴대폰은 곧 업무수첩이며, 생활수첩이다. 휴대폰의 등장으로 뇌가 전화번호를 외우는 수고는 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생활 자체를 휴대폰에 의존하게 되면서 이제는 휴대폰이 곧 생존의 기본수단이라고 까지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휴대폰에는 개인의 24시간이 온전히 담겨 있다. 누구와 언제 얼마나 통화하였는지, 누구와 무슨 내용으로 문자를 주고 받고 카톡 대화를 하였는지, 언제 인터넷에 접속하여 무슨 내용을 검색하였는지, 위치정보를 통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그 안에는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은밀한 사생활도 담겨 있다. 휴대폰을 통해 그 사람과 연결된 수 백, 수 천 명의 휴대폰 번호와 인적사항을 알 수도 있다. 휴대폰이 곧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죄수사에 있어 휴대폰 압수 및 포렌식은 수사의 첫 걸음이며 필수적인 절차가 되었다. 범죄수사 만이 아니라 각종의 감찰, 감사에서도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것이 상례화되었고, 민간기업에서도 직원들의 비리 감사에 있어 휴대폰을 제출받아 확인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휴대폰 확인 대상은 피의자만이 아니라 참고인으로 출석한 사람에게도 휴대폰의 임의제출 요구는 다반사가 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법관의 영장에 의한 압수 외에도 당사자의 임의제출 방식을 통한 압수를 허용하고 있다. 이 경우 임의제출은 그야말로 ‘임의’에 기초한 압수이며,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휴대폰 임의제출에 있어 그 임의가 진의(眞意)일까? 휴대폰 제출은 비록 일시적이라 하더라도 생활의 기본수단을 포기하는 것이며, 자기 자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에 따른 인격과 자존감의 훼손을 감내하는 고통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수사나 감사 과정에서 휴대폰의 제출을 요구받는 경우에 이를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휴대폰 제출 거부에 따른 막연한 불이익이 또 하나의 두려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이 개인의 일상생활과 떨어질 수 없고 개인과 일체가 되었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휴대폰의 압수는 개인의 사적영역을 모두 드러내라는 것으로서, 다른 압수에 비하여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의 정보통제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침해정도가 중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휴대폰 압수는 다른 압수의 경우에 비하여 더욱 신중을 기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휴대폰과 같이 개인의 핵심적인 사적영역과 관계되는 경우에는 임의제출 자체를 금지하고 법관의 영장에 의한 압수만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휴대폰이 곧 사람인 세상에서 사람을 지키기 위하여는 ‘임의’라는 믿을 수 없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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