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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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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법조인들이 그러하듯 필자 또한 법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많은 법대생들이 그러하듯 과 내의 학회 활동에 참여하여 학우들과 친교를 나누고 사회과학에 대해 논의하곤 하였다. 그런 영향때문인지, 90년대 중반부터 학생운동은 저물어갔지만 필자는 여전히 학교 내의 학생회 활동과 대외적인 정치적 활동에 열심인 사람들과 그들의 활동내용을 접할 기회를 적지 않게 가질 수 있었다. 신입생 시절에는 나름대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지만 언제부터인가 회의감이 들었는데, 아마도 정치적인 수사와 구호가 난무하는 말의 잔치에 휩쓸려 자칫 중심을 잃고 객관적으로 현실을 바라볼 능력이나 입지를 상실할 수 있다는 데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어떤 지위나 사정 때문에 뱉었던 나의 말들이 나중에 족쇄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참 이른 나이부터 걱정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사회현상이나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게 되었고, 공부에 매진하여 법조인이 되어 현실 속에서 실력을 쌓아 나의 주관을 갖고 유권자의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했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런데 문제는, 말을 아끼다 보니 생각이 줄어들었다는 데에 있었다. 입을 닫으니 머리 속 사고까지 함께 멈추어 버린 느낌이었다. 나의 경우는 물론 자발적인 것이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사회를 성숙시키는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까지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 어찌 생각하면 사람이 초지일관 똑같은 생각을 가진다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 생각과 의견이 생겨나고 변화하는 맥락에 설득력이 있다면, 본인의 목소리를 밖으로 내는 데 스스로 좀더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즈음 변호사단체장 선거철이다 보니, 사무실로 인사를 오시는 후보들과 접할 일도 생기고 그 분들로부터 받은 유인물도 읽어보게 된다. 변호사 사회의 발전에 합리적이고 꼭 필요한 공약이라고 보이는 내용도 있지만, 일부의 정치적인 세력에 기반한 구호로 보이는 내용들도 발견된다. 하지만 그 내용이 어떠하든 본인의 생각과 주장을 내세우며 선거에 나서 대중의 지지를 호소하는 모든 후보들의 용기에 우선 찬사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데에서 결국 모든 것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설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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