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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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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지하에는 많은 훌륭한 사람이 묻혀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좋은 대리석에 비문을 적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비문은 화강암으로 된 초라한 한 주교의 비문이다. 그 비문의 내용이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그 비문에는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의 한계가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크나큰 꿈을 가졌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 넓은 시야를 조금 좁혀 내가 살고 있는 국가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을 한다. 그러나 그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나의 자존심으로 나의 가장 가까이 있는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는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는 것 없었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누운 자리에서 나는 문뜩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내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는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도 변화되었을지'라고 적혀 있다.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도를 바꾸고 사람을 바꾼다. 그러면 세상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우리의 삶이 더 행복해졌는가. 아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배우지 못하고 있다. 같은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증오와 질시, 미움, 상대방에 대한 비난 등이 이 사회를 뒤덮고 있다.

넬슨 만델라는 자기를 고문하고 탄압한 자들을 용서와 관용으로 포용함으로 남아공을 하나로 응집시켰고, 오스카 쉰들러는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수많은 유대인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 내었다. 오늘날 이 사회는 이와 같이 보복하지 않고 용서하는 사람에 의하여, 또한 자기의 이익을 구하지 아니하고 타인의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는 사람에 의하여 변화되었다. 새해에는 이러한 사람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강영호 원로법관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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