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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관 기피 확대하되 기준 세워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 중인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이 항소심 재판부를 바꿔달라며 낸 재판부 기피신청을 대법원이 최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 즉 법관과 당사자 사이의 특수한 사적 관계 또는 법관과 해당 사건 사이의 특별한 이해관계 등으로 인하여 그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고, 그러한 의심이 단순한 주관적 우려나 추측을 넘어 합리적인 것이라고 인정될 만한 때에 법관 기피가 인정될 수 있으며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인용 사례가 거의 없어서 명목상으로만 존재한다고 여겨진 법관 기피 제도는 헌법상 권리와 직결된다. 헌법에 보장된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고 재판절차에서의 절차 보장은 헌법상 요청이다. 재판의 공정성이야말로 재판의 생명이며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 법관도 인간인 이상 개인적 특별관계 내지 이해관계가 있거나 편견이나 특정 정보 등에 기해 심증이 미리 형성된 경우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기피제도가 활성화되지 못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근래에 사법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조선시대에도 공정한 재판을 위해 송자(訟者)의 재판부 기피 제도가 있었는데 이를 ‘귀구송관(歸咎訟官)’이라 하였으며, 16세기 중엽에 이르러 활성화되었다. 당시에는 기피신청이 인용되면 법원과 법관이 동시에 변경되었다.

그동안 법원은 지금까지 기피 사유를 해석함에 있어 법원 또는 법관 중심적인 판단을 내려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따라서 대법원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기피 신청 인용 범위가 기존보다 넓어질 것으로 보여서 환영할 만하다. 소송에 있어 분쟁에 대한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소송당사자가 소송과정을 제대로 납득하는가 여부도 그에 못지 않다. 다만 앞으로 기피 신청이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소송 지연 목적 등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 결국 제도의 합리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기피 사유를 유형화해서 기준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소송대리인과 관련한 법관 기피사유에 대해서도 판결이 여럿 있는 등 선례들이 축적되어 있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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