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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변화의 바람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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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곳곳이 패이고 멍든 가운데에도 새로운 변화의 조짐은 느껴진다. 2019년 법관인사는 그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대구와 의정부지방법원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시범실시된다. 미증유의 길이라 우려가 없을 수 없겠으나, 사법행정권의 분산과 수평적인 법원문화 구현을 위해 시도해 볼 만한 제도라 할 것이다. 종래 고등부장에게만 주어졌던 법원장 자격을 지방법원 법관들에게 개방하는 것은 이원화제도의 취지와도 부합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는 부장판사들로만 구성된 재판부가 생길 전망이다. 대등한 부장판사들끼리 항소부를 구성하면 실질적 3자 합의 구현은 물론 항소심 구조의 변화에도 동력을 부여하고, 특허법원의 특별재판부에 이어 부장판사 3인으로 구성된 합의부의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후배 법관들도 단독재판장이 되어 주도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며 성장할 기회를 갖게 되니, 법관 개인은 물론 전체적인 법원 역량의 제고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된다.

서울고등법원에는 지난 8월 고법판사로 구성된 실질적 대등재판부가 만들어져 운영되어 왔고, 이번 인사에서 다양한 형태의 실질적 대등재판부가 구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운영 중인 실질적 대등재판부는 판결문 작성의 책임과 심층 검토를 위하여 주심을 정하기는 하나, 법관 3인이 초기 접수 단계부터 주심, 비주심 구분 없이 사건을 모두 검토하고, 법정에서도 3인이 각 쟁점에 관하여 여러 각도에서 석명을 구한다고 한다. 그리고 합의 시 3인이 모두 의견을 진술하고 토론하는 등 진정한 3인 합의를 구현하고 단독재판화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경력과 지위가 대등하므로 보다 자유롭고 충실한 토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심리의 충실화와 재판에 대한 당사자의 만족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식의 합의부 운영은 필연적으로 업무부담 가중을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재판의 속도나 사건 처리 건수에 매달려 사건처리의 효율성만을 추구할 때가 아니라, 재판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적정하고 충실한 재판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것이 무너진 사법신뢰를 회복하고 재판결과에 대한 승복도를 높여 궁극적으로는 분쟁을 감소시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합의부의 구성 뿐 아니라 운영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어떤 정책이 사법의 본질과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거기에 도달하기 위하여 누구는 어디까지 양보하여야 하고, 누구는 얼마만큼 인내하여야 하는지 미래지향적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서 제시하고 설득하여야 한다. 그것이 사법행정의, 그리고 리더의 참 역할이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정책방향이 설정되었다면, 그 구현을 위하여 법률의 개정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개정 전이더라도 추진가능한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안들이 마련되기를 바래본다.


이숙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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