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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도 검사의 역할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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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2018년 10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3개월 동안 전국의 일선청에 배치되었던 법무연수원 7기 검사들이 다시 용인 법무연수원으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3개월은 변시 7회 및 4회 법무관 출신 검사들이 일선에서 지도 검사의 지도 아래 처음으로 사건을 배당받고 조사를 진행하며 실제 근무하였던 시간이었기 때문에 모두에게 감회가 남다른 시간이었습니다. 


3개월 동안 수습 검사들은 지도 검사님의 방에서 함께 지내면서 사건을 처리하였습니다. 상반기에 법무연수원에서 각종 조사 및 수사 교육을 받아왔었지만 출근 직전까지 과연 검사로서 제 몫을 다할 수 있을 것인가, 조사에 미흡한 점이 있으면 실체 진실을 놓치게 될 텐데 나의 부족한 점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마 전국으로 흩어진 동기 검사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청에 배치되고 난 후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전히 저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초임인 저를 위해 사건마다 함께 논의하고 진행 방향을 고민해주신 부장님들, 조서를 판단하는 방법부터 조사 과정, 부족한 부분까지 일일이 검토해주셨던 지도 검사님과 공문 발송이나 그 외 조사를 도와주셨던 계장님들, 저 때문에 기록을 2배 이상 만들어야 했던 실무관님과 초임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던 부 선배 검사님들까지 수많은 도움이 모여 제게 배당된 사건들을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검사에게는 무수히 많은 사건 중의 하나이지만

관계자에게는 그 인생을 좌우하는 사건일 수도

사건 처리 때 그들 이야기 듣기 위해 최대 노력


처음 성남지청에서 근무를 시작할 때, 청장님께서는 수습 검사들에게 "검사들에게는 무수히 많은 사건 중 하나이지만 사건 관계자들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첫 사건, 또는 인생을 좌우할 만한 큰 사건일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검사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수습 검사들을 격려해 주셨고, 최기식 성남지청 차장검사님께서는 초임시절 고소인들과 몇 시간씩 면담을 하며 이야기를 들어준 경험을 나누며 "사건 관계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라고 조언하셨습니다. 저는 성남지청에서 수많은 사건들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기록 안에서 실체진실을 판단하는 것 이상으로 그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역시 검사의 진정한 역할임을 깨달을 수 있었고 사건을 처리할 때 최대한 관계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018년 하반기의 성남지청은 소위 말하는 ‘핫’한 사건들로 이목이 집중되었던 곳이었습니다. 각종 선거 관련사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사건들로 연일 청 전체가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갔고 분당, 판교, 광주 등의 지역적 특성 상 각종 재산 범죄 사건들이 몰리고 있었고 저 같은 초임 역시 다양한 죄명의 일반 형사 사건을 배당받아서 바쁘게 일을 처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타 청보다 다소 높았던 업무 강도를 고민하기도 했었지만 수습을 마치고 나서 다시 3개월을 돌아보니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건을 배당받고, 관련된 참고인들과 피의자들을 접하면서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검사로 일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고, 스스로도 수습 전보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깊이 있어졌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3개월 간 처리했던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당사자는 가장 마지막에 배당 받았던 구속 사건 피의자입니다. 당시 피의자는 형 집행 완료 후 누범기간 중 주거 침입 및 절도 미수로 송치되었는데 검사실에 출석하자마자 서럽게 눈물을 쏟으며 자신의 가정이 처한 현 상황을 토로하였습니다. 간신히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되었고, 이제 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직접 전세 자금 대출을 받기 직전이었는데 한순간의 실수로 전세 자금 대출 계약 체결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구속이 되어 가족과 사이도 다시 멀어지고, 살아갈 희망을 잃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안쓰러운 마음에 조사를 마치고 LH 주택공사에 전화를 해서 확인한 결과 피고인이 호소한 이야기가 사실인 것을 확인하였고, 지도검사이신 이유진 검사님과 함께 구속 중인 피의자가 어떻게 전세 자금 대출 계약을 마무리 하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습니다. 구속 집행정지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으니 검사실로 LH 공사 직원과 피의자를 소환한 뒤 계약을 체결할 기회를 주어야 할지, 서울 동부구치소에 위 직원이 방문하여 계약을 체결하도록 부탁을 해야 할 지 다방면으로 생각해보았고 다행히 수차례 LH 주택공사 경기지사 측과 전화한 끝에 피의자의 부인이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해 주는 것으로 피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건 배당받고 관련 피의자 접하면서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할지 많이 고민

"수습기간 소회 바탕 초심 잃지 말자" 다짐도


위 피의자는 절도 누범에 해당하고 범죄전력이 많았기 때문에 깊이 반성하는 점이 있음에도 기소를 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도검사님과 저는 피의자의 잘못으로 다시 재기의 기회를 얻으려 노력한 피의자의 가족까지 희망을 잃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고 이 사건의 처분과 별도로 피의자의 가족에게 힘을 쏟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성남지청에서의 마지막 날 청장님께서는 '가심비'를 추구하는 검사가 될 것을 당부해주셨습니다. 가심비의 정의는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한다는 뜻입니다. 매일매일 배당되는 수많은 사건 속에서 미제에 치이고, 그 만큼 많은 피의자들을 만나다 보면 우리는 임관 당시 마음속에 품었던 각자의 정의가 무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결정 하나에 피의자들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갱생할 수 있도록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고소인과 피해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전화 한통을 더 해주는 것,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절차 하나 더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 어쩌면 저희 검찰이 가심비를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수습을 마친 후에도 여전히 저와 법무연수원 7기 검사들은 ‘완벽하게 조사를 하지 못해 사건 처리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부족한 증거 속에서 어떤 것이 진실일까’, ‘수사 지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는 초임 검사들일 뿐입니다. 그리고 2019년 1,2월 법무연수원에서 마지막 교육을 마친 후 실제 본 배치를 받아 전국으로 다시 흩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3개월의 수습기간 중 각자가 일을 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바탕으로 초심을 잊지 않은 채 새롭게 일을 시작한다면, 각자가 있는 위치에서 나름의 정의를 실현하고 국민들의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는 검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사에 임관된 이후에도 수습 기간이 있는 것은 초임 검사들이 좌충우돌하면서 앞으로 살아갈 긴 검사 인생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야할지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면을 빌어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반갑게 맞아 주고 되도록 많은 것을 배워 돌아 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의 조종태 청장님과 최기식 차장님, 형사 1부 양인철 부장님, 3부 양동훈 부장님, 이유진 수석검사님, 조순희, 이동신 계장님, 서윤숙 실무관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박슬기 검사 (성남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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