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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부는 공정한 재판 위해 독립성 확고히 해야

지난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에 피의자신분으로 소환됐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등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검찰 출석에 앞서 자신이 근무했던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정문 앞에서 간단한 소회를 밝혔다. '모든 것이 자신의 부덕의 소치로 이에 대한 책임은 마땅히 져야 하나, 한편으로 법률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후 14일과 15일 연달아 소환되어 헌법재판소 기밀 유출 등에 대해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은 조만간 양 전 대법원장의 신병 처리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년 6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지금까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등 많은 전현직 법관이 검찰 조사를 받아 왔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수사는 그 결과를 떠나 사법부의 추락한 위상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를 보는 법관들은 물론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권력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의 독립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검찰의 사법부에 대한 수사를 허용한 김 대법원장의 입장이 사법부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사법부의 독립을 스스로 져버린 것이었는지는 앞으로의 수사결과와 재판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한편 이러한 검찰의 수사를 불러온 데에는 무엇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잘못이 크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무리한 상고법원 추진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부 구성원인 법관들의 신뢰를 잃게 된 것이 지금 이루어지는 일련의 검찰 수사의 시발점이었다. 독립성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법관들을 상대로, 국제인권법학회 활동에 개입하려 한 법원행정처의 행동은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되었다.

3차례에 걸친 법원 내부의 조사에서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의 성향, 동향 등을 파악한 내용의 파일은 존재하나,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해 실제로 인사상의 불이익을 부과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의심을 거두지 않은 판사들이 많았고, 이런 분위기가 결국 검찰 수사 협조로 이어졌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가 ‘판사 블랙리스트’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재판거래’ 의혹에 그치지 않고 사법행정 전반으로 전방위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예상보다 많은 법관들이 피의자나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된 것은 유감이다.

앞으로 남은 재판과정을 고려할 때 사법부가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다. 사법부는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자유 수호라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면서 공정한 재판을 위해 스스로 독립성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