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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이모티콘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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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Social Network Service)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재판에도 당사자들 사이에 스마트폰 메시지나 카톡으로 주고받은 대화내용이 증거자료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심지어 요즘에는 차용증이나 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지 않고 주요내용을 문자 메시지 등으로 주고받은 후 그 대화내용을 증빙자료로 남겨 놓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증거자료로 제출된 SNS 대화내용을 보면 ‘텍스트’ 못지않게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모티콘(Emoticon)이다. 


공통된 학습체계도 없고, 표준 사용규칙도 없이 간단한 문자나 기호로 구성된 이모티콘은 이미 우리 사회 안에서 언어적 특성을 함유한 채 활발히 통용되고 있다. 이모티콘은 기성 언어에 비하여 표정과 행위, 감정을 간단한 문자나 기호로 형상화함으로써 인식과 기억이 수월하고, 모방과 전달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딱딱하고 짧은 글 사이사이에 튀어나오는 이모티콘은 우리에게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적절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미지로 형상화된 이모티콘은 각자의 해석에 따라 그 뉘앙스에서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최근 미네소타대학교 연구팀은 이모티콘 사용자마다 이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실제 문자를 주고받을 때 의미전달에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이모티콘을 2.5배 더 사용하고, 남성은 여성에 비해 이모티콘에 대한 이해도가 더 낮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가 담당했던 데이트 강간이 문제된 사건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의 원치 않는 성관계 요구에 스마트폰 메신저로 수십 차례 거절의 ‘텍스트’를 보내면서도 습관적으로 여러 종류의 ‘이모티콘’을 붙인 경우가 있었다. 또한 사이버상의 학교폭력이 문제되는 사건에서 학생들의 카톡 내용을 보면 한글보다 해독 불가능한 이모티콘이 더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최근 통계자료에 의하면 현대인들의 주요 대화방법은 ‘음성’이 아니라 스마트폰 메신저를 이용한 ‘텍스트’라고 한다. 이에 향후에는 증거자료로 제출된 ‘텍스트’ 속의 여러 종류의 이모티콘의 의미와 의도를 해석하는 것이 재판의 쟁점이 될 날도 오지 않을까 하는 발칙한 상상을 해 본다. 물론 그에 앞서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가는 신상 이모티콘에 익숙해져야 할 테지만 말이다.


이은혜 판사 (서울동부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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