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누가 통일을 꿈꾸는가?

150058.jpg

작년 말 우연히 한 중국교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2008년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으로 와 열차제어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2년 동안 한국 상장사에 있다가 더 큰 꿈을 펼치려고 철도시스템을 개발하는 한국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한다고 하였다. 그가 한국에서 있었던 기간은 중국에서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기였음이 분명하기에 왜 한국에 왔고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자기는 중국사람이지만 한국이 멀지 않은 때에 통일될 것이라고 믿고 통일한국의 전역을 잇는 철도에 적용할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첨단IT시스템’을 개발·구축하고 싶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지적재산권법을 공부하고 싶어 법학석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미국인 변호사는 1991년 서울에서 북한 관련 법률자문을 시작하였고 2004년 북한 최초 외국계 로펌을 설립한 이래 12년 동안 북한에 투자하려는 해외기업을 위하여 법률자문을 제공하였다. 그는 작년 말 국내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 인터뷰에서 "(일반적 인식과 달리) 외국인이 북한법정에서 북한정부를 대상으로 상업적 분쟁에 대해 제소할 수 있고, 승소도 가능하다. 이미 북한에는 외국인투자와 관련한 법과 규제가 존재하고, 북한 내에 외국기업을 위한 분쟁해결기구도 있다"고 설명하였다.

나는 이들 사례를 접하면서 가볍지 않은 충격을 받았고 우리 상황을 돌아보게 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그다지 순탄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이 '한반도 통일'을 ‘일어날 수 있는 현실’로 전제하고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은 채 자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일은 여간해서 쉽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이 기간 동안 미국과 중국의 경제상황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자신에게 익숙하면서 성장가능성이 훨씬 컸던 고국을 떠나 낯설고 좁은 한반도에서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보냈다는 사실은 매우 감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도 보수나 진보를 가리지 않고 통일을 대비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통일헌법을 기초하거나 통일 기초법과 정책(예컨대, 민사, 형사, 인권, 행정 등)을 연구하는 것이 그러한 예일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우리보다 '더 현실적으로' 통일한국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된다면 당장 직면하게 될 현실 문제의 해결이 더 급선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의 꿈과 준비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것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일한국을 실제 현실로 인식하고 자신만의 전문분야에서 더 많은 실무경험을 쌓고 더 깊은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나의 전문분야인 지적재산권은 통일한국의 경제를 뒷받침하는 기초가 될 수 있고, 공정거래법은 통일 직후 혼란해질 수 있는 경제질서를 바로잡고 공정하게 유지시켜 줄 중요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다른 전문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좀 더 스스로 분발해야겠다. 외국인이 꿈꾸는 통일을 우리라고 꿈꾸지 않을 수 있을까?


조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강호)

관련 법조인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