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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에서 꽃이 피고, 법이 눈물 흘리는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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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도 결국 밥벌이고 법률서비스를 파는 직업이라지만, “얼마면 변호사를 살 수 있느냐”는 말에 익숙해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변호사는 사고 파는 물건이 아니라고 강변하다가, 법률서비스는 다른 서비스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 말문이 막히기도 했다.


가벼운 돈벌이가 어디 있겠냐마는 평생 한번 일어나는 의뢰인의 위기와 마주해, 그의 신병과 재산을 지키는 대가로 돈을 버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변호사를 남의 십자가를 지는 직업이라 했던가. 꿈 속에서 가위 눌려 준비서면을 쓰거나, 패소한 뒤 의뢰인 이상으로 억울함에 분노했을 때, 변호사를 꿈 꾸었던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힘든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보람이었다. 소송이 끝난 몇 년 뒤 추수한 햅쌀을 보니 변호사님 생각이 나서 들고 왔다던 의뢰인, 술을 드시고 스승의 날에 전화해 힘이 되어 고맙다던 사장님, 패소했지만 오히려 나를 위로하던 의뢰인. 그런 사람들 때문이었다.

법률시장이 어렵다 보니 선을 넘거나, 윤리와 법을 위태롭게 줄타기하거나, 후배 변호사의 피땀 위에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법률시장이 왜 어려운지 여러 진단이 가능하고 처방도 다양하지만, 어려움을 이기는 유일한 길은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 기본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한다. 변호사법 제1조, 제2조이다.

'법률서비스는 다른 서비스와 다르다. 서비스 그 이상이다. 조언하거나 대변하는 일이고, 의뢰인의 입장에 서는 일이며, 나아가 멘토가 되거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다.' 변호사를 상대로 쓴 미국 컨설팅 자료에 쓰인 구절이다.

의뢰인의 입장에 서서,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 기록을 깊이 살피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 치밀하게 법리를 따지고 세심하게 사실을 확인하는 것, 공익을 추구하고 권리를 옹호하는 것, 억울한 사람의 편에 서는 것이 변호사의 일이다.

법에서 꽃이 필 수 있을까
법에도 눈물이 있다지만
법처럼 굳은 땅에 어떻게 싹이 틀까
바위 밑에서 민들레가 돋아나듯
아마도 꽃 피우는 법이
따로 있기는 있을지 몰라


정희성 시인의 ‘겨자꽃 핀 봄날에’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굳은 땅이나 바위 같아 꽃과는 어울리지 않는 법. 그것이 엄정함이라면 다행이지만, 정치화되고 단순한 밥벌이로 전락한 뒤의 냉정함이나 비겁함이라면 가슴 아프다. 법률시장이 어려우니 공익활동 의무제를 폐지하자거나 의무연수를 없애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법률시장은 회복될 수 없다. 자부심을 회복하지 못한 변호사의 일은 비루한 밥벌이밖에 되지 않는다. 법에서 꽃이 피고, 법이 눈물 흘리는 새해가 되면 좋겠다. 참회의 눈물이어도 좋고, 억울한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라면 더 좋겠다. 내 밥벌이가 명예로웠으면 좋겠다.

 

 

임성택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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