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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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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여름의 어느 날,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한국 클라이언트와 뉴욕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분도 뉴욕에 부임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회사이름의 사용을 중지해달라는 편지를 캘리포니아에 있는 미국 회사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일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2014년 12월 추운 겨울, 미국 워싱턴 DC의 미 연방대법원 앞. 아침 11시에 있을 구두 변론을 방청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측 변호사 중 한 명은 초등학교 아이들을 포함한 전 가족을 데리고 왔다. 양측에 주어진 시간은 각각 30분. 법정에 있는 시계가 남은 시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연방대법관 중 여든을 넘긴 긴스버그 대법관은 얼마전 수술을 받았음에도 아픈 몸을 이끌고 힘겹게 법정에 입장하였다. 놀랍게도 변론 중 어려운 질문들을 여러 번 해서 많은 방청객들이 감탄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돌아가신 스캘리아 대법관은 유머스러운 질문으로 방청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나는 내심 질문을 하시기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역시 변론내내 질문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어느 대법관으로부터 몇 개의 질문을 받는지의 통계를 가지고 판결 결과를 예측하는 분들이 많아서, 변론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이미 온라인상에서는 질문의 통계와 이에 따른 결과 예측들이 나돌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달여 남짓 지난 2015년 1월 중순, 드디어 미 연방대법원 9명 전원 만장일치의 승소판결이 났다. 긴 10여년간의 여정이 막을 내렸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따른 금융위기,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그리고 한국에 사무실을 개소하기까지. 개인적으로는 2009년 한쪽 성대마비로 인해서 두 번의 수술도 받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니까, 감기에 걸렸다고 얘기를 하고 이메일로만 일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원래의 목소리를 회복했는데, 원래 허스키한 목소리라서 아직도 감기에 걸린 줄 아시는 분들도 있다.

이렇게 흘러간 지난 10여년간의 시간. 묵은 서류들을 창고에서 찾느라고 밤을 새신 분들, 법정에서의 증언을 위해 밤새 준비하신 분들, 잘 모르는 캘리포니아의 길을 차를 렌트해서 운전하느라고 고생하신 분들, 이 모든 분 들과의 인연은 그렇게 깊어져 간 것 같다. 지금은 가까이에 계셔서 가끔 단합회도 한다.

올해는 어떤 인연들의 시작이 기다리고 있을까….


김병수 외국법자문사 (쉐퍼드 멀린 서울사무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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