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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법원의 시니어판사제도와 한국에 도입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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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는 2018년 12월 4일 전관예우 등 법원의 비리를 시정하여야 한다는 국민의 소리를 반영하여 정원외 원로법관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고 대법원에 건의하였다. 정원외 원로법관제도 가운데 하나가 현재 미국 연방법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시니어판사 제도이므로 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이 제도는 법조일원화에서 훌륭한 판사를 쉽게 선발할 수 없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며, 그러면서도 시니어 판사는 처리하는 재판 업무의 비중도 상당하고, 나아가 신임 판사에게 다년간의 법정경험과 지혜를 전수해 주는 역할까지도 수행하고 있어현재 필수불가결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사법정책연구원은2018년 11월 2일에 450면에 걸치는 '시니어판사 제도에 관한 연구'라는 연구보고서를 발간하였는바 그 가운데서 '미국 연방법원의 시니어판사제도' 부분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간략하게 추려 소개하고 한국으로 도입가능성을 언급한다.


II. 미국연방법원의 시니어판사 제도
(1) 개괄적 고찰

미국 연방법원 판사들은 완전 은퇴[retirement on salary, 28 U.S.C. § 371(a)]하거나, 혹은 현직에서 은퇴한 후 시니어판사로의 신분전환[retirement in senior status, 28 U.S.C. § 371(b)]을 선택할 수 있다.

(2) 1869년 급여부 퇴직제도의 도입(Retirement on Salary)

1789년 미국의 초대 연방의회는 연방헌법 제3조에 근거한 법관직을 창설하였지만, 법관들의 은퇴에 대한 규정을 전혀 마련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연방대법관이나 연방법원 판사가 아무런 금전적 보상이나 예우 없이 사임하기보다는 사망 시까지 계속 재직하는 것을 선택함에 따라 연방법원이 지나치게 고령화된다는 것이 늘 문제로 지적되게 되었다. 연방의회는 결국 1869년에 연령 70세 이상으로서 적어도 10년 이상 근무한 연방판사에 대해서는 퇴직 이후 당시 받던 급여 전액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법원조직법을 개정하였다(Act of Apr. 10, 1869, ch. 22, Sec. 5, 16 Stat. 44, 45).위 규정에 따른 연령 및 재직요건은 이후 현재 시니어판사 제도의 요건인 '80의 원칙(Rule of 80)'의 모태가 된다.

(3) 1919년 시니어판사 제도의 도입(Retirement in Senior Status)

(가) 1869년 법원조직법의 개정은 당시 업무량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연방법의 판사 정원의 제한을 해소하는 방안이 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에 대해서 은퇴한 판사들을 활용하는 방안이 비로소 검토되기 시작하였다. 연방의회는 1919년 연금수급권이 부여된 고령의 판사들에게 현직과 은퇴 사이의 대안으로 시니어판사 지위(senior status)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헌신적이고 경험 많은 연방법원 판사들을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다른 판사들과 거의 동일한 양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판사들이 연금수급권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계속 판사로 근무하는 것을 희망하기 때문에 퇴직하는 것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까지도 고려한 것이다. 이로써 연방법원 판사는 일정한 근속기간과 연령 요건을 충족하면 시니어판사(Senior Judge)로서 ‘판사의 직을 보유’하면서도 현직 평균 업무량의 1/4 이상 법관업무만 처리하면 되었다. 아울러 연방의회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시니어판사들로 하여금 여전히 연금 이외의 소득을 얻는 것을 금지하였는데, 이를 위하여 은퇴한 판사들과 동일한 면세혜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현직 판사들과 마찬가지로 급여인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였다. 시니어판사에게는 현직 판사들과는 달리 사건의 수나 사건의 유형, 그리고 재판장으로 근무할 기간을 정할 수 있는 재량이 부여되었다. 그러나 시니어판사들은 3인 재판부의 재판장을 맡을 수 없고, 지방법원에서 부판사(magistrate judge)를 선발하는 절차나 항소법원에서 전원재판부 판결절차(en banc decision) 등에서는 원칙적으로 배제되었다.


(나)
시니어판사의 제도적 의의는 고령의 판사들로 하여금 재판업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하여 개별 판사에게 부과되는 재판업무의 양을 감축할 수 있고, 대통령과 상원에 새로운 후임자를 임명하도록 하여 정원 증원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있다.

(4) 1937년 연방대법관에 대한 시니어판사 제도 확대

연방의회는 1937년 법원조직법을 개정하여 연방대법관이 시니어판사직을 선택한 경우에는 연방항소법원이나 연방지방법원에 소속되어 하급심 사건만을 다루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두어 시니어판사 제도의 적용대상을 연방대법관들에 대해서도 확대하였다.

(5) 법관퇴직 및 시니어판사 제도의 경과

1939년에는 해당 직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을 정도의 영구적인 장애(disability)를 입은 연방법원 판사들이 자발적으로 은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입법이 이루어졌고, 1954년에는 최소 15년의 경력을 지닌 연방법관들이 65세에 이른 시점에 은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시니어판사의 요건이 확정되었다. 이후 1984년에는 65세부터 70세까지의 연령의 판사들에 대해서도 연령과 근무기간의 합계가 80이 되면 요건을 충족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입법이 이루어짐으로써 이른바 ‘80의 원칙(Rule of 80)’이 확립되기에 이르렀다.

(6) 시니어판사 제도의 정착

시니어판사 제도는 판사들 사이에서 점진적이면서도 꾸준하게 인기를 얻어갔다. 처음 15년간 시니어판사들은 전체 연방법원 판사들의 5% 정도만을 차지하였지만, 1930년대와 1940년대로 들어오면서 그 비율은 12%까지 상승하였고, 그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비율이 상승하여 2000년에는 시니어판사들이 전체 재판장의 37%를 차지하게 되었다.


III. 시니어판사의지위
(1) 시니어판사의 요건

28 U.S.C. §371(b)(1)은 시니어판사의 연령 및 근속 요건을 충족하는 현직 연방법원 판사가 ‘그 직을 보유하면서 정규의 현직 판사의 지위에서는 은퇴할 수 있다(may retain the office but retire from regular active service)’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시니어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직 판사의 지위에서 퇴직하여야 한다.

(2) 시니어판사의 장점

오늘날 미국의 연방 사법부에서 시니어판사는 필수불가결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경제적 유인효과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니어판사들은 은퇴연령에 도달한 이후에도 시니어판사로 계속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연방법원 판사가 시니어판사로 지위를 전환하게 되면, 해당 판사가 법원의 재판업무를 계속 수행하더라도 현직 법관직에 새로운 공석이 생기고, 새로운 판사가 그 공석을 메우게 된다. 보통 대부분의 시니어판사가 최소한 50% 정도의 업무를 계속하게 되므로, 법원으로서는 의욕에 넘치는 새로운 판사와 경험 많은 시니어판사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판사 역량이 증가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IV. 결론
(1)
미국의 시니어판사 제도는 종신직 판사제도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종신직 판사들의 명예로운 은퇴를 유도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이나, 오늘날에는 연방법원 판사직에 공석이 발생하고 판사지명자에 대한 인준이 지연됨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인력부족의 문제를 해소하고, 복잡사건의 급증 등으로 특정 법원의 업무부담 증가의 문제에 대해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는 핵심적인 수단이 되었다.

(2)
65세의 법관정년을 원칙으로 하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이 종신직 판사제도로 인한 부작용이 없으나 판사들의 조기 퇴직으로 말미암은 전관예우의 비리가 문제되어 평생법관제가 입법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평생법관제는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요구되어 적어도 40세의 연령에 이르러서야 판사가 될 수 있는데 이 제도 하에서도 존경과 신망을 받을 수 있는 법조경력자가 판사로 임용되고, 그 판사가 정년에 이르기까지 성실하고 좋은 재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판사로 지원할 수 있는 변호사 중 임용할 당시의 판사보다 훨씬 많은 보수를 지급받고 있었다면, 그들 중 존경과 신망을 받는 변호사로 하여금 고되고 힘든 업무와 적은 보수가 예정된 법관직에 지원하도록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만약 65세 정년과 관계없이 정원외 원로법관으로 계속 근무하게 하는 제도가 시행된다면 금전적 요인과 관계없이 법관으로 근무하고자 하는 존경과 신망 있는 우수한 법관지망생을 낳을 뿐 아니라 조기법관 사직으로 변호사 개업을 함으로써 야기되는 전관예우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3)
우리나라에는 특별한 금전적인 유인이 없더라도 공익에 대한 헌신을 위해 일생 묵묵히 계속하여 재판업무를 담당하는 판사들, 또 재판업무를 담당하려는 법관지망생이 적지 아니하다. 시니어판사제도는 그들에게 제공되는 공익실현을 위한 장이 될 것이다.

 

 

강현중 원장 (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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