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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검찰수사와 외과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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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금년 내 마무리하고 싶다"며 수사에 박차를 가했으나 결국 공염불이 돼 버렸다. 지난 6월 김명수 대법원장의 검찰 수사 협조 발언으로 시작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이렇게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


'법관블랙리스트'나 '재판거래' 등에서 파생되거나 새로운 의혹 제기로 수사가 광범위하게 확대된 반면, 법원의 수사 협조는 검찰 기대에 미치지 못한 측면도 있어 딱히 검찰만 탓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특별검사의 경우 통상 두 달, 길어야 석 달 안에 수사를 마무리 하는 것에 비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검찰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검찰이 의도했든 안 했든, '검·경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수사가 지나치게 장기화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팀 검사들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변호사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에 형사사건 수임 감소라는 악재(惡材)가 겹쳤다. 수사 대상이 된 법원의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다. 판사들은 자긍심을 잃었고 대화도 삼가한 채 자조 섞인 혼잣말만 되뇌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법조계 전체를 향한 국민의 불신이다. 대법원장이 백주에 테러를 당하는 마당에 일선 법관에 대한 테러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또,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잃은 당사자들이 법적 구제를 받으려고 하지 않고 스스로 자력 구제를 하려고 든다면 우리 사회, 특히 법조계가 어떻게 될까.

검찰 수사는 종종 외과수술에 비유되기도 한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도 2015년 일선 검사들에게 "환부만 정확히 도려내고 신속하게 수사를 종결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도 마찬가지다. 너무 긴 수술시간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의사가 실수할 확률도 높아지고, 체력이 떨어진 환자가 수술대 위에서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환자를 오래 수술대 위에 눕혀놓는다고 수술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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