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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업안전보건법, 졸속 개정은 안 된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 씨 사망사고는 꽃다운 청춘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여전히 산업재해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끄러운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 당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만 산업재해 사망자가 503명으로 나타나고 있어 산업재해에 있어서는 여전히 후진적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산업현장에서의 사고 예방을 촉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를 의식하여 지난 12월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서는 정부가 11월 1일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졌다. 이날 환노위 소위에서는 그 밖에도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55건을 비롯하여 모두 58건의 관련 법률안들이 상정되었고, 21일에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관련 공청회와 환노위 소위 법안심사가 이루어졌다. 정부가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 '원청의 책임 강화',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로 요약할 수 있는데, 도급금지 작업의 범위를 넓히고 원청, 즉 도급인이 자신의 사업장에서 수급인의 근로자가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여 현행법에 비하여 원청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이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산업현장은 원청과 수많은 하청의 복잡한 구조관계가 존재하여 안전과 보건의 확보를 시스템적으로 유효적절하게 분배하지 않는다면 재해예방이 쉽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러기에 산업현장의 관계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 넓게 청취하고, 산업재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여 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을 법률에 규정하고, 그 시스템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개정안은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하면서도 도급인이 취할 안전조치와 관련하여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사내하도급 문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나, 도급인이 안전모를 쓰지 않은 하청업체 근로자를 발견하더라도 바로 시정조치를 하지는 못하고, 수급인에게 요청하여 수급인이 그의 근로자에게 안전모 착용 지시를 하여야 한다면 안전의 확보가 효율적으로 될지 의문이 되기도 한다. 이번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28년 만이다. 그러므로 여론을 의식하여 졸속처리하기 보다는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회에서 보다 심도있게 심의하여 제대로 된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법률에 못지 않게 산업현장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더욱 정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는 것, 그것이 ‘나라다운 나라,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민에 대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길이다.
미국변호사